냉소와 분노로 우울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몸속에 장착한 국내 몇 안되는 에세이스트.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벌써 10년째 그녀는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 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시사IN>, <한겨레> 등에 고정 칼럼을 쓰고 있으며 현재도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보자. (편집자)




고향이 어디세요.

대구에서 87년까지 살다 서울에 왔어요. 그렇다고 대구를 완전 떠나진 않았어요. 대가족형 육아를 해가지고 방학 때면 대구에 친가에 내려왔어요. 

지금은 혼자 사시나요.

서울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요. 셋이 단칸방에서. 아버지가 다단계하다 망했는데 자석요 20개 가량이 그 방에 함께 있죠. 썩지도 않아요.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데. 

할아버지 때엔 떵떵거렸다고 해요. 평생을 일 한번도 안하면서 사셨죠. 무노동 무임금 무노화가 있어요. 저의 아버지 사십대로 봐요. 일하지 않는 자는 늙지도 않는다는.

대구면 보수적인 곳인데 김현진씨는 그런 아버지랑 정치적인 다툼을 해보셨는지요.

장난이 아니었어요. 조선일보 끊으라고 제가 막 소리쳤어요. 아버지는 난 이걸 볼 자유가 있다고 버티시고. 어머니한테는 최근 많이 놀랐어요. 지방선거 때 내가 찍는 후보가 안될 거 같다고 얘기하니까 어머니가 당선되는 표만 의미있는 거 아니라며 지지하는 후보에게 지지한다는 표시를 줘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누구 찍으셨어요.

노회찬 후보 찍었죠. 왜 단일화 안했다고 그렇게 난리를치죠. 왜 남의 표를 바에 맡겨둔 양주처럼 말해요. 표도 키핑하나요.

고등학교를 2달만에 자퇴하셨는데.

자퇴하면 선생님이 말리잖아요. 어 그래 하고 별 말씀 없어요. 중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지각한번 없고 자율학습도 빠지지 않았거든요. 제가 원칙주의자예요. 자퇴하기 전 날도 야간자율학습 다하고 당일 아침 일찍와서 애들한테 얘들아 나 학교 관둔다 하니까 아무도 안믿더라구요. 

개를 키우시던데.

남이 버린 유기견이예요. 안락사 시킨다고 하길래 '에이씨' 하면서 데리고 왔죠. 다정이 병이라면 저는 말기암 수준이예요. 원래 5마리였는데 3마리 입양하고 두 마리 남았어요. 아예 하반신 마비된 개 기저귀 채워주며 키웠죠. 펫다이어리라고 시사인에 개를 키우는 이야기도 썼죠.

기륭전자 단식에도 참여하셨는데.

하루만 굶어달라해서 갔다가 바로 가기가 뭐해 며칠만 하다가 그냥 38일 해버렸죠. 38일 쭈욱 한 건 아니고 10일 하고 몇일 쉬고 5일 하고 하루 쉬고 하면서 했어요. 끝나니까 몸무게가 40키로 되더라구요. 38일만 하고 마친 게 단식을 하면 기금도 적립하는데 나중엔 낼 돈이 없더라구요. 

기고 말고 다른 일도 하십니까.

녹즙배달을 6개월 정도 하고 있어요. 새벽 5시에 시작하죠. 원래 잠이 없어요. 녹즙은 배달이 7이고 영업이 3인 일이예요. 배달이 끝나면 7시부터 11시까지 빌딩에 가서 영업을 하죠. 5월에는 15명 올렸는데 그만큼 빠졌어요. 그게거기 일하는 분들 절반이 파견업무라서 그래요. 파견 끝나면 가버리니 녹즙 영업에 지장이 많죠. 정규직이면 계속 배달하는 건데. 




어떻게 영업하십니까.

녹즙아가씨 모드가 있어요 순하고 착한 아가씨처럼 하는. 옛날에 저라면 상상도 못하죠. 일하시는 분이 거의 40대 주부거든요. 그래서 저 보고 아가씨가 왜 이렇게 험한일을 해하며 묻기도 해요. 등록금 모을려고 왔어오 하죠. 거짓말은 아니예요. 현재 한국예술종합원 휴학 중이니까요. 

힘들진 않습니까.

청소아줌마들이 군기 잡고 그래요. 옷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고 막 쥐어박고 꼬집고. 그게 녹즙 샘플 내놓으라는 말이거든요. 청소하시는 분도 계급이 있어요 1계급은 센 아줌마, 2계급은 자기일만 하는 분, 3계급은 조선족이예요. 서로 편한 일하고 남 불편한 일을 시키려 하죠. 다른 업종과도 부딪혀요. 자기 손님하고는 일상적인 대화도 해선 안돼요. 얘기 나누면 기다렸다가 우리 지킬 건 지켜야지 그러죠. 약자들 중에서도 20대 여자는 또 가장 약자예요. 미숙련, 감정, 돌봄 노동에 미혼 20대니까 밥인 거예요.

그렇게 해서 얼마 버세요.

최저생계비도 안되요. 그래서 12시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죠. 카페라더니 거기 완전 다방이더라구요.

그럼 아르바이트만 하셨나요.

게임회사에도 몇 년 다녔어요. 정규직으로 일했어요. 여자가 10%정도였는데 다니다보니 삼겹살을 잘 굽게 되고 사장님의 소주는 당연히 내가 따르고. 

스포츠는 좋아하나요.

롯데를 좋아해요. 어제 져서 아쉬웠어요.

축구는요?

전 월드컵 안봤어요. 한국팀 승리할 때도 별로 기쁘지 않고. 문어가 신기하네 하는 정도. 나라끼리 모여서 전쟁하는 것 같아 불편했어요. 야구도 내가 전두환이 만든 거 이렇게 기뻐해선 안되겠지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월드컵 당시 여성들 노출이 화제였는데.

평소애도 많이 벗고다녀도 아무 욕을 안해야 하는데 4년마다 한번씩 벗는 건 불쌍하죠. 기다렸다 벗잖아요. 얼마나 억압되었다는 걸 알 수 있죠. 한번은 지하철에서 핫팬츠 입고 지나가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여기 수영장입니까 그래요. 그래서 '그만해' 하고 쏴주니까 할아버지가 놀래가지고 눈이 헉. 그 순간 도망가야돼요. 꼰대들은 허를 찔러야. 예상하는 반응을 주면 안되요. 그 다음에 날랐죠. 월드컵이라 벗지말고 평소에도 하던데로 하고다니면 되는 거죠. 

낙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명박 정권 들어와 낙태가 불법화 되었는데.

그걸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는 거 같아요. 애 니가 책임져라 그러는데 낳아놓으면 그 다음엔 나라에서 책임져 주나요? 결국 이 나라에선 강남애들 베이스 깔아주는 거밖에 안되잖아요. 밑에 블루칼라 노동은 필요하고 테 그 깔려줄 누구 낳으라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지구촌 인구폭발과 한국의 출산율 하락을 고민하는 사람의 정신상태가 이해가 안돼요. 중국이나 아프리카는 애 낳지 말고 우리는 낳자 이거 아니예요. 노키즈라는 책이 있어요. 특히 그렇게 살만하고 낭비하는 북미에서 애 낳는 건 범죄라고 해요. 

강용석 의원이 대학생들 앞에서 한 발언이 최근 문제인데요.

얘기는 들었는데 정확히 어떻게 얘기했죠

나경원 의원은 키가 작아 매력이 없고, 박근혜 의원은 허리가 감탄스럽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60대 의원들이 밥 같이 먹으려고 줄을 선다 이런 말을 대학생들 앞에서 햇죠.

힘센사람 건들여서 그랬지 그 자리에 있는 여대생에게 야 너 허리 좋다 이러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예요. 어쩌다 잘못 건든거지. 아저씨들 저러는 거 하루이틀 아니죠. 한국에서 여자가 좀 예쁘장한데 싸보이고 아버지가 돈이 없으면 걔는 공공재예요. 아무리 건들여도 탈이 없거든요. 남자들은 그냥 초등학생부터 80까지 자기가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인줄 알고 있더라고요. 그게 수컷의 본능인 거 같아요.

일하시면서 성희롱 당해보신 적 있는지요. 

녹즙 배달하면 언니 술 한잔 할까 하는 듣는 건 예사죠. 

남자들의 된장녀 비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자들은 더치페이를 안한다 이런 분노를 갖고 있는데 그건 예쁜 애들이 내 주머니만 털고 주지 않았다 그런 거잖아요. 된장녀 욕하는 그런 것도 그런 여자를 원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겟죠. 그 여자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면 화를 내지 않았겠죠. 

때론 남자가 편할 수도 있나요.

남자들은 이쁘면 되요. 그리고 자기 말을 잘 들어주면 되요. 그러면 남자들은 끝나요. 여자들은 화장했는데 티가 안나고 예뻐야 되요. 검열이 엄청 많아요. 그들에게 잘 보이기란 정말 힘들죠. 정치적으로도 공정해야 하고 머리에 든 것도 많아야 하고. 




트위터나 블로그는 하세요.

사실 트위터가 뭔지도 몰라요. 블로그도 하다가 때려치웠죠. 너무 즉각적인 반응이 싫어요. 한사람 한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시간이 걸리는 건데 말이예요. '님 너무 좋아요' 이런 건 너무 쉽잖아요. 전 트위터 안할 거예요. 

지금까지 5권 정도의 책을 쓰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은.

개마고원의 그래도 언니는 간다. 불량소녀 백서는 어릴 때 쓴 거라서 20대 초반 여자애한테는 되는데...


부산지하철 노보 8월호 취재 : 김욱, 노용주. 정리 편집 : 김준우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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