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 광고인지 kt 광고인지 구별하기 힘든 광고 포스터가 서울도시철도 역사 곳곳에 붙어있다. 이 광고는 올해 1월부터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한 서울도시철도가 그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가 주장하는 스마트폰의 업무효율화 주장은 kt의 방송 광고를 통해서도 이미 소개되고 있다. 많은 점검장비를 들고 현장에 출동해야하는 상황에서 울상을 짓는 도시철도 노동자가 스마트폰 하나로 간단히 점검을 완료하고 '올레'하며 좋아라 한다는 장면이 방송에서 광고되고 있다. 




정말 광고처럼 스마트폰은 도시철도 노동자에게 업무의 부담을 덜어주는 첨단 기기일까? 스마트폰을 받아든 노동자들은 이 광고의 연기자들처럼 두손을 번쩍 들고 올레를 외치고 있을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지난 3월 15일부터 서울도시철도 기술지부 조합원들이 도시철도공사의 스마트폰 정책에 항의하여 천막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 노조는 처음엔 스마트폰의 업무 도입에 반대하지 않았다. 노조가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은 도시철도공사가 스마트폰 정책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의 새로운 '스마트폰 활용 시설물 유지보수 체계'에 따라 3월15일부터 기술직렬 조합원들은 담당 역사로 9:00시까지 현장 출근하고 스마트폰으로 출근 복명을 해야한다. 그리고 점검 및 고장 조치 사항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담당자에게 보고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신고하면 평가점수에 가점을 주고 컴퓨터로 신고하면 감점을 주는 식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폰 거의 강제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가 이렇게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할 정도로 스마트폰은 업무를 효율화 할까? 이 대목에서 지하철 노동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다. kt의 '지하철은 다그래' 광고는 스마트폰 업무도입의 효과를 포장하기 위해 상황을 너무 과장되게 그렸다. 실제 지하철 기술직렬 노동자가 과도한 점검장비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설령 울상 짓는 장비가 있더라도 그건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없는 하드웨어적 장비들이다. 그리고 지하구조물이다보니 스마트폰의 몇몇 강력한 기능들이 점검에서 제한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도시철도공사의 주장대로 점검과 보고를 위한 것이라면 스마트폰 도입이 중복 또는 과잉 투자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게 된다. 이미 지하철 내에는 왠만한 접근 가능한 곳에 유선이 설치되어 있고 각 역사의 컴퓨터도 활용할 수 있다. 거기다 각 개인의 휴대폰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의 실시간 점검과 보고의 속도는 그리 불만스러운 부분이 아니다. 사실상 스마트폰으로 점검과 보고에서 효율화를 더 기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해야할 노동자들이 직접 겪게되는 사용성이다. 스마트폰은 들고다니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컴퓨터만큼 활용 가능성도 좋지만 또 그만큼 어렵고 그와 비슷한 운영체제 충돌 등의 에러도 자주 발생해 사용하기가 쉽지않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이날 찾아간 도시철도노조의 조합원 한 분도 설명서를 보고도 프로그램 설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설명서를 보고 해도 사용하기 쉽지않은 스마트폰은 첨단 it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그들에겐 스마트폰이 올레를 외치는 광고 속의 사람처럼 편한 도구가 아니라 두려운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 두려운 도구로 모든 업무를 해야한다면 업무는 노동자에게 공포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은 노동자에게 두려운 미래도 예고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폰을 점검과 보고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도입했다고 하지만 실제 스마트폰은 노동자의 구조조정에 더 큰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기술직렬 노동자들을 그들의 사무실이 아닌 담당 역사로 출근시켜 사무실 없는 직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역무와 기술 직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조직 통폐합의 전과정을 조성하고 있다. 

가장 두려운 미래는 스마트폰을통한 노동자의 통제다. 스마트폰을 통한 출퇴근의 복명은  출퇴근의 정확한 통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영진은 이러한 스마트폰의 칼날같은 통제를 더욱 확대하고 싶을 것이다. 보다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장착하여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여기서 확보한 정보를 이용하여 노동자들을 압박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노조 활동은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근태관리에서 살아남기란 사실 어렵다는 걸 아는 노동자들은 사측의 눈을 의식하여 자기검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있다. 스마트폰이 바꾸어줄 세상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변화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스마트폰에 의해 자유로워질 수도 있지만 또 구속당할 수도 있다. 아마 자유와 구속은 항상 그렇듯이 자본이 가르게 될 것이다. 돈 있는 사람은 스마트폰에 의해 자유를 얻고 돈 없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족쇄처럼 차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스마트폰 문제는 서울도시철도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 노동자들의 미래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미래에 스마트폰에 통제받는 노동자가 되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지금 이 문제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


* 이 글은 남원철 조합원의 3월 12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방문 취재 내용을 참고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부산지하철 노보 3월 호에서 도시철도공사의 스마트폰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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