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노보가 프리랜서 기자 이여영씨를 만났다. 

노보 인터뷰 팀은 이여영 기자를 만나면서 두 가지 관심이 있었다. 첫째는 이여영 기자가 2008년 촛불 당시 다니던 중앙일보가 촛불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비판하여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 둘째는 이여영 기자가 부산에서 나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 서울에 유학을 온 동향사람이라는 거다. 부산과 촛불 그리고 이여영 기자 이 세 요소에서 재밌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았다. 

이여영 기자가 말하는 부산엔 저도 모르게 맞장구를 쳤고 당사자가 전해주는 촛불필화 사건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선하고 재밌었던 건 이여영 기자 자신에 대한 얘기였다. 이여영 기자는 상대가 얻어내려 하는 대답을 더 넘어서는 대답을 해주었다. 이를테면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궁금했는데 이여영 기자의 대답은 "밥을 먹는데 술을 안마실 수 없잖아요" 였다. 

이쯤에서 잡설을 그만두자. 다들 인터뷰를 급궁금해할 것 같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오셨는데

동래 사직동에서 태어나서 연산동에서 초등학교 때까지 살고 중고등학교를 사하구에서 다녔어요. 신평공단에 있는 성일여고가 제 모교예요. 지하철 신평역 바로 거기. 대학교 입학하면서 서울에 왔어요. 저의 부모님은 지금 광안리에 사시고요. 

좀 서민적인 동네였네요

서민보다 더 심각하죠. 도시락 못 사오고 그랬던 애가 대여섯명 있었던 동네니까요. 

부산에서 보낸 학창시절 추억이라면

대학도서관에서 공부한답시고 동아대 앞을 자주 갔어요. 그 앞에서 놀고 그랬죠. 그땐 술도 좀 마시고 그러잖아요. 어떻게 공부만했겠어요. 자율학습 도망도 가고 그랬죠. 너무 많이 도망가서 선생님한테 맞기도 하고. 심한 게 맞은 경우는 선생님이 각목으로 머리를 내려 친 적도. 

서울에선 어디에서 사셨어요

봉천동이요. 우리동네와 봉천동이 비슷했기 때문에 서울왔다는 느낌이 안들었어요. 하숙집에서 친구랑 같은 방 쓰면서 2-3년 간 맨날 술먹고 늦게 들어와서 나중엔 쫒겨났죠. 




책을 보니 술을 즐긴다고 하던데
 
술을 너무 좋아해서요. 제 부모님들이 술을 다 좋아하세요. 그걸 몰랐는데 대학와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제 타고난 체질을 알게 된 거죠. 대학을 서울에 와서 부모님도 없고 감시할 사람도 없으니까 지금까지 한 10년 동안 매일 점심·저녁으로 술을 먹었어요. 특히 기자 되고나니까 선배들이 많이 사줘서 또 많이 먹었죠. 그래서 일년에 한 두 번 술병을 앓아 누워요.

남자들도 매일 마시기 힘든데 정말 매일 마셨어요

밥을 먹는데 술을 안마실 수 없잖아요.

기록은 얼마나 됩니까

기록 새면서 마시지는 않잖아요. 기분에 따라 다른 거죠. 다음날 스케줄 때문에 안마신 적은 없어요. 술을 마시다가 아침에 얼굴만 씻고 나간 적도 많고요. 기자 수습할 땐 새벽 4시까지 경찰서 가야하는데 10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새벽 4시까지 먹거든요. 그러면 바로 출근하는 거죠. 이게 습관화 되어버렸어요. 낮에 마시는 낮술은 또 나름의 매력이 있잖아요. 낮술마시자고 할 때 진짜 친한 친구 아니면 마셔주지 않잖아요. 술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거부감은 없어요. 통장에 잔고가 없는데 가방이나 옷, 자동차 같은 가지는 거는 관심 없는데 경험하는 거는 좋아해요. 좋은 술을 샀으면 같이 마셔야죠. 




월향이란 막걸리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겁니까

중앙일보 있을 때 취재하다 월향이란 막걸리를 알게 되었어요. 도가 이상철씨가 10년 동안연구해 만든 건데 이 술 때문에 망했어요. 이 분 도와드리기 위해 선배들 투자도 좀 받고해서 열게되었죠. 소주는 먹다보면 몸이 축나고 힘든데 막걸리는 그런거 없더라구요. 월향은 머리 아픈 거 없어요. 몸에 좋고 뒤끝도 없고요. 막걸리 먹고 머리 아프다는 건 여태까지 양조장들이 영세해서 그랬어요. 소주나 맥주는 세금이55%예요. 근데 막걸리는 5%밖에 안내요. 나머지는 원료비로 쓰여요. 서민주라 가격을 못 올리죠. 

J스타일로 중앙일보 지면에 혁신을 일으키셨잖아요

저도 중앙일보 다니기 전까지 중앙일보 본 적이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신문을 어떻게 보게 할 수있나 생각하니 좀 더 먹고 마시고 노는 스타일리쉬한 지면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 선배들에게 얘기했는데 잘 안 받아줘요. 그래서 정말 미친척하고 편집국장을 찾아갔죠. 편집국장이 자기도 그런 거 생각했다면서 일주일에 4면을 제게 주는 거예요. 다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지면은 제가 쓰고, 모든 걸 제가 결정해서 나가는 거거든요. 그걸 일년 했죠. 나중에 조선일보도 따라했죠. J스타일 하면서 명품 광고도 나가기 시작했어요. 명풍광고가 신문에 하지 않는 이유는 안어울리니까 그런 거거든요. 

네티즌들이 소위 조중동의 기사에 대해 치를 떨기도 하는데 그런 중앙일보의 기사는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는 건가요

저도 그런 회의를 들어가봤는데 거기서 비밀회의를 한다던가 상식에 어긋나는 걸 주고받고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오너가 있는 회사니까 그 생각을 읽고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거 같아요. 의사결정 과정도 평범하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요. 편집회의에서 이거는 한나라당에 좋게 써줘 이런 거 전혀 없어요. 알아서 그렇게 하는 거겠죠. 중앙일보는 비교적 정치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예요. 그런데 기업이나 삼성문제는 좀 그렇지 않죠. 

촛불 때 중앙일보를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셨잖아요

J스타일 회의를 준비하는데 부장이 오라고 하더니 너는 조직의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니 짐 싸서 나가라 그래요. 그래서 나왔죠. 그때 많이 울었어요. 남몰래 집에 혼자 화장실 가서 꺼이꺼이 울고 그랬는데. 직장을 ‘나’라고 생각하고 거의 잠도 못자고 매일 미친 듯이 일했거든요. 하루에 기사를 다섯 개 씩 쓰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제가 서른살밖에 안되었지만 같은 나이의 친구보다 통찰력을 가지게 해준 거 같아 고맙기도 해요.
 
근데 중앙일보가 짜를줄 모르고 쓰신 거예요

선배들이 중앙일보가 이런 거보고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하지마라고 그러긴 했죠. 하지만 저는 중앙일보같은 거대 언론사가 이런 작은 의견 하나 수용하지 못하겠냐 생각했어요. 오히려 내가 이걸 인테넛에 쓰면 독자들이 중앙일보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봤는데...

우리도 걱정했어요 혹시나 중앙일보가 안 자르면 어떡하나 했죠

(웃음) 아니나 다를까 바로 자르더라구요. 

내부에서 호응이나 지지는 없었나요

겉으론 아무말 안해요. 제게 “용기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말하는데 겉으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요. 제가 너무 철이 없었던 거 같아요. 조직이 다들 엄마아빠처럼 날 아껴주고 좋은 의도로 하면 알아줄거라 생각했어요 그건 아닌데.

여자로서 블로그 운영하면 힘들 일도 있을텐데

그것도 즐겨야 될 거 같아요. 처음엔 당황했어요. 블로그를 내 사생활 보여주는 걸로 하면 안되더라구요. 그러면 똥파리가 끼거든요. ‘날 좀 봐줘’가 아니라 내가 세상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민해야지요. 여자분들이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착각하세요. 관심받기 위해 블로그 하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데 말이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대 여자는 모든 면에서 사회에서 문제적인 인물인거예요. 키가 크면 커서, 공부를 잘하면 잘해서, 인물이 좋으면 좋아서 사람들이 가만 냅두지 않는 거예요. 20대 여자들이 저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라고. 저는 실수 진짜 많이 했거든요. 헤렬드경제 다닐 때 그런 일이 있었어요. 사장님이 “이여영 기자 기사 잘봤어” 그러는데 제가 무슨 기사예요 사장님 그랬어요. 사장님이 모면할려고 언제 밥먹지 그러는데 그것도 “언제요?” 하면서 수첩까지 꺼낸 거예요. 그냥 감사합니다 그래야 하는 건데. 철딱서니가 없었어요. 그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치나 사회에 대해서 공부한 것들에 대해 썼어요. 제가 20대에 한 실수를 하지말라고 거의 반성문처럼 쓴 거예요.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라는 제목은 누가 쓴 거죠

제가 썼어요. 어떤 영화에서 여자들이 나는 정말 영화 주인공처럼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살고 싶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출판사에서도 그런 제목하면 안팔린다며 20대여자가 알아야할... 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말이 실수를 많이 하는 20대에게 메시지가 될 거 같아서 했어요. 여자들은 남들이 정한 규칙에 너무 많이 메이거든요. 남자들은 안그런데 여자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겁먹죠. 그런 걸 하지 말라고. 이 책은 20대여성 말고 남자들에게도 추천해요. 남자들은 여자들이 어떤 마음이고, 어떻게 고생하는지 모르거든요 내 딸이고 내 아내니까 그걸 좀 느꼈으면 좋겠어요

부산지하철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기자 이여영입니다. 제가 뭐 부산지하철노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고 저도 서울에서 막걸리 빠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쌀로 만든 막걸리 많이 먹는 거밖에 더 이상 사랑하는 방법이 없지않습니까 여러분들도 부산에 생탁이라는 좋은 술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생탁 금정산성 막걸리 많이 사랑하셔서 우리가 우리술을지키는데 일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에 오시면 월향에 꼭 놀러오세요. 제가 30% 할인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커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