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일터에서
노동자생협은 생활에서 노동의 댓가를 지킵니다

동네마다 수천 평의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가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나들이겸 대형마트에서 각종 생필품을 구매하는 소비패턴을 의심 없이 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판매를 주도하는 대형마트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해 과도한 소비를 이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들의 수입은 최저임금수준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동네에서 터를 잡고 작은 가게를 통해 생활하던 자영업자들은 가게문을 닫는다.

대형마트의 화려한 매장 뒤에는 불필요한 소비, 영세자영업자 몰락, 지역경제 붕괴, 비정규직 양산의 어둠이 깃들어 있다.
범일동에 있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1층에 들어서면 작은 가게가 있다. 진열대 한쪽의 냉장고에는 두부와 우유가 놓여 있고, 라면과 과자부터 쌀 등이 쌓여 있는 게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같다.


범일동에 있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1층에 들어선 작은 가게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같다.
진열대 한쪽의 냉장고에는 두부와 우유가 놓여 있고, 라면과 과자부터 쌀 등이 쌓여있다.
2009년 9월 문을 연 부산노동자생협이다.
190여 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1년 남짓 기간에 420명으로 늘었다.



최용국 부산노동자생협 이사장은 “부산노동자생협의 잠재적 조합원수는 35,000명이다. 이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 속한 노동자수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생협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생협을 알려 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생협의 조합원으로 가입했지만, 지속적인 구매를 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생협에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나 광고전단으로 물건을 선택해서 전화나 홈페이지에서 구매해야 한다. 이 과정이 복잡하고, 주2회에 불과한 배송도 불편하다. 소비자본주의에서 생협의 뜻을 공감해도 실제로 불편을 감수하는 과정이다.

부산노동자생협 최용국이사장. 민주노총부산본부장을 마치고, 노동자생협 설립에 힘써왔다.


부산노동자생협 설립을 주도한 최이사장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생협의 뜻과 가치를 풀었다.

생산자에게는 생산가 이상을 보장하면서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자고 정했습니다. 아주 모순된 말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가을 김장용 절임배추를 판매했을 때입니다. 농민들에게 직거래를 통해 1,000원에 구매해서 조합원들에게 1,200원에 팔았습니다. 대형마트는 농민들에게 300원에 구매해서 같은 가격에 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사회는 생산자와 유통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쥐어짜고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생협을 통해 이런 억압된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생협을 '생협운동'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생협의 의사결정구조도 자본주의의 주식회사와 차이가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다. 주식회사는 투자한 돈에 비례해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생협은 출자한 금액에 상관없이 1인 1표를 행사한다. 최용국 이사장은 생협은 빈부격차와 불평등한 사회를 인정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졌다고 했다.
또한 이윤을 사회적 기여로 활용하는 것까지 합하면, 생협은 소비를 통한 대안적 삶을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의식적 행위라 할 수 있다.

마트를 줄이고 번거롭지만 생협에서 구매할 필요가 있을만한 이유다.

"노동자 생협의 가치와 철학을 어디 둘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친환경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저임금 노동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생협 문을 열기까지 1년 이상 토론하면서 우리 농민이 생산한 먹을 수 있는 물건을 공급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중적인 생협을 지향하면서 규모 있는 생협을 만들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로 한 것입니다."

부산에는 오래전부터 부산생협과 한살림생협 등이 터를 잡고 있다. 부산노동자생협은 이들과 다른점으로 노동자들의 눈높이로 대중적인 생협을 지향하는 점이다.

최이사장은 이런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부산노동자생협의 규모가 커져 좀 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유기농과 친환경 농수산물을 노동자에게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부산노동자생협은 상근자 3명으로 운영 중이다. 매월 적자가 큰 폭으로 난다. 최이사장은 매일 생협을 지키고 배송도 맡고 있다. 그러나 고정적인 급여를 받을 만한 형평이 아니다. 현재 월 10만원 내외로 구매하는 조합원들이 130~150여 명이라고 한다. 월 평균 10만원 내외로 구매하는 조합원들의 숫자가 300명 수준만 되면 적자를 보지 않는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회계와 생산자를 선정하는 등 실무 익히기에 주력했다면, 이제 노동자들에게 생협을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노동자생협은 전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자본주의 대안, 민주주의의 실천, 의미 있는 소비와 생산자 존중 등 노동자생협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부산노동자생협에 온 나라 노동계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그래서 최이사장은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생협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독점자본을 극복하자면서, 땀 흘려 번 임금을 대자본에게 바치는 소비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생협을 통해 노동대가를 지킬 수 있다”며 최이사장은 생협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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