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마지막역에 도착하면 모든 사람들이 내립니다. 그런데 이때 지하철에 들어서는 분들이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 분들 손에는 청소도구가 들려 있습니다. 바로 지하철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입니다. 아주머니들은 반대편 선 운행을 준비하는 지하철을 청소합니다. 지하철 내 쓰레기를 줍고 바닥을 밀대걸레로 깨끗이 훔칩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항상 그런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역을 지난 열차엔 어떤 풍경들이 있을까? 선반 위엔 버려진 신문들이 쌓여있고 비오는 날엔 두고 내린 우산들도 있을 겁니다. 졸다가 내릴 역을 지나친 사람도 있고 밤 늦은 시간엔 술취한 취객들이 뒹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머니들이 목격한 지하철 마지막역의 풍경이 궁금해 노포동역의 미화원 대기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풍경'보다 더 많이 들은 건 아주머니들이 토로하는 '고충'이었습니다. 




일단 지하철 신문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주머니들 말에 의하면 요즘은 폐지 줍는 사람들이 좀 줄었다고 합니다. 폐지값이 많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분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두고 내린 물건을 찾으러 여기 오는 사람들은 있냐고 물었습니다. 여기서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물건을 놓고 내렸데. 그런데 기관차 아저씨랑 우리밖에 없잖아. 그럼 우리를 의심하잖아. 그런 거 때문에 우리만 억울하게 맨날 불려다니고 그랬어."

일반인이 볼 수 없는 풍경이 궁금해서 찾았는데 아주머니들은 여기서부터 생각지못한 하소연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머니들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손님도 손님 나름대로 두고 내렸다고 하니까. 우린 못봤는데 금방 두고 내렸데. 자기가 어디 놓았는지도 몰라. 한번은 여자가 지갑을 두고 내렸데다는데 없어요. 나중에 시시티브이로 보니까 부산대학교역에서 지갑을 들고 타지도 않았더라고."

승객의 착각이 아주머니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시시티브이가 여자의 장면을 잡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주머니들은 속에 천불이 날 정도로 답답하셨을 겁니다.

"청소아줌마가 바가지 쓰는 수도 있다니까. 얼마전에도 그랬어. 가방이 역사에 계속 하나 있어서 우리 아줌마 한 사람이 올라오면서 공익요원한테 있다고 말해줬지. 그런데 그 안에 돈이 없어진거야. 그래서 시시티브이를 돌려서 보니까 어떤 남자가 돈을 빼가는 게 보이잖아."

아주머니들은 가방을 찾아줘도 의심을 샀습니다. 그 가방 안에 내용물이 없어지면 아주머니들에게 추궁이 먼저 들어왔던 겁니다.




대기실 앞에서 투명한 가방을 봤습니다. 처음엔 패션가방이 왜 여기 버려져있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을 보니 쓰레기가 들었습니다. 이 예쁜 가방 안에 누가 쓰레기를. 다시 보니 그런 가방이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이 가방은 아주머니들의 청소용품이었습니다. 차에 올라타서 보니 아주머니들이 지하철에서 모은 쓰레기를 이 가방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투명한 가방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가방의 투명함은 패션이 아니라 아주머니들의 남모를 고통이었던 것입니다. 일 때문에 메고 다니지만 아주머니들에겐 모욕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가방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참 투명한 국가입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말 그대로 자신들의 업무를 투명하게 수행할 정도로 투명한 국가입니다. 대단하죠. 그런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왜일까요? 아주머니들에게 투명한 가방을 메게한 저 위의 1%들은 투명한 지갑을 차고 있을까요? 우리가 자료를 보자고 하면 보여줄까요? 

외국인들이 부산지하철의 청소아주머니를 보고 좋은 인상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저렇게 청소아주머니들에게 투명가방을 지급할 정도로 청렴한 국가라구나라고요. 청소아주머니들이 국가의 투명성을 지키는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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