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오전 9시 부산의 서면 영광도서 앞에 있는 한 버스로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이날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가기로 한 부산지역의 아이들입니다. 




부산지역에서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30여명입니다. 여기에 체험학습을 인솔하시는 분과 동행하는 학부모 해서 40 여명이 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만나자마자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며 장난들입니다. 




부산의 이날 체험학습 주제는 물입니다. 낙동강을 따라 우리가 먹고 쓰고 버리는 물을 보고 들으며 배우는 것입니다. 첫 도착지는 양산수질정화공원이었습니다. 원래는 물금취수장을 가기로 했는데 거기서 갑자기 휴일이 월요일에서 이날 화요일로 바뀌어 견학이 어렵다는 연락이 와서 목적지가 바뀌었습니다. 뭐 그럴수도 있겠죠. 요즘은 별일이 다 벌어지는 세상이니.




양산수질정화공원의 담당자가 나와 하수처리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환경단체 소속 인솔자의 말에 의하면 한국의 하수처리장 기술은 세계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수처리장으로 각국에서 견학도 많이 온다고 합니다.




2층에 올라가니 물놀이 할 수 있는 재밌는 장치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이 난 아이들을 한동안 여길 떠날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펌프를 누르자 꼭대기에 꽂힌 풍선이 들썩거렸습니다. 풍선과 함께 풍선에 적힌 소망들도 같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풍선에 적힌 글입니다.

"일제고사 폐지"
"해직교사 교단으로"




양산에서 삼락공원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중학생 예림이가 제게 자기가 모은 연예인 스티커를 보여줍니다. 한장에 천원인데 3만원 어치 모았다고 합니다.




요즘 한창 인기 끄는 꽃보다 남자 스티커입니다. 구준표라는 말만 하면 여자애들 입에서 "꺄악"하는 소리가 동시에 튀어나옵니다. 난 송우빈이 좋다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그런데 예림이는 '꽃보다 남자'가 아니라 '준표보다 대성'입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스티커가 빅뱅입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나 봅니다. 빅뱅은 좀 못생긴 편 아니냐니까 절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처다봅니다. 옆에 있던 남학생은 내 말이 너무 재밌다며 자지러집니다. 예림이와 남학생의 반응 둘다 이해안되는 저는 갸우뚱한 채로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라는 예림이의 말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예림이에게 체험학습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 반응이 어땠냐고 물었습니다. 애들이 좋겠다며 아주 부러워하더랍니다.
 



예림이에게 '일제고사' 말고 '한자고사'를 보게 했습니다. 제 명함을 보여주고 이름의 한자 뜻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핸드폰에서 옥편을 찾는 걸 보고 두 손 들고 말았습니다.





삼락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반찬 하나는 맛도 못보고 낄낄대며 젓가락 대는 녀석들에게 뺐겼습니다. 바로 돈까스 반찬.




남자 아이 몇이 낚시하는 아저씨 옆에서 혹시 고기가 잡힐 순간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십여분 정도 저러고 있었는데 결국 낚시장면을 못봤습니다. 





어디선가 상근이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개뛰고, 들 애뛰고, 동행했던 기자뛰고. 상근이도 아이들과 노는 게 재밌던지 아이들에게 잡힐 듯 말 듯 저렇게 계속 맴돌았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몇가지 놀이를 했습니다. 물수제비뜨기입니다. 준비해온 돌을 들고 물가에 일렬로 섰습니다.




물수제비를 처음 본 아이들이 물 위로 계속 차고 올라오는 돌을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두어번 씩 뜨고난 후 잘하는 사람간에 대결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 하나도 안남았습니다.




그 다음 놀이는 공생게임. 오늘 체험학습을 위해 삼락공원에서 합류한 생명그물 회원분들 20여 명과 함께 하였습니다. 개미와 진딧물이 한 조로 붙어있고 밖의 무당벌레들이 개미 뒤에 있는 진딧물을 맞추는 놀이였습니다. 어렸을 때 했던 피구를 응용한 게임입니다.





게임 시작하니까 아이들이 대단한 승부욕을 보입니다. 애들 뿐 아닙니다. 생명그물 회원분들도 공맞았는데 안나가는 아이가 있다며 막 머라카십니다.





그리고 닭싸움.




점심 후 놀이를 끝내고 이제 낙동강 습지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생명그물 회원분들이 여기 동식물들을 아이들에게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신기해한 건 줄장지뱀입니다. 보호종이라는데 이곳엔 개미만큼이나 온통 깔렸습니다.




만져보니 피부가 아주 딱딱했습니다. 사람들 손에 쉽게 잡혔습니다. 귀여운 파충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온순했습니다. 




길 옆에 난 물 웅덩이 속에는 올챙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올챙이가 귀엽다며 막 손으로 뜨고 그럽니다. 내가 어렸을 땐 올챙이를 귀여워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과 내 어릴 때는 취향의 차이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올챙이는 저렇게 손그물로 떠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 돋보기로 관찰합니다.




이렇게





체험학습을 아이들이 한 게 아니라 제가 한 느낌입니다. 오전에 본 양산수질공원도 집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가고 싶었습니다. 사진기만 대면 그림이 되는 여기 삼락생태공원도 그렇습니다.





한국이 아닌 듯한 풍경이.




너무 그림이 좋아 앞에가는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돌아서자 바로 브이자 포즈. 승리의 체험학습입니다. 그런데 사진은 좀 못찍었네요.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참여하기까지 과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본인이 체험학습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동의는 아니라도 적어도 학생과 학부모의 뜻을 설명하고 이해는 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이 싫은 눈치를 내비치거나, 부모님이 펄쩍 뛰거나, 본인만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 중에 하나라도 걸린다면 여기에 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30여명의 학생들이 이 날 체험학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인솔하시는 선생님 말에 의하면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 때문에 선생님에게 불이익이 갈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체험학습참여를 포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마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인정한 선생님들이 교과부에 의해 교실에서 쫒겨나는 것을 보고 두려웠을 겁니다. 학생이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데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건 실패한 교육입니다.

따지자면 일제고사날 체험학습 참여자의 결석처리는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문제를 같은 날 전국의 학생들에게 치르게 하기 위해 그날 하루 학부모의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권을 중지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같이 하는 과정인 교육에서 정부가 학부모와 선생님에게 이런 절대적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가요? 교육에 있어 정부가 아이의 부모인 학부모 위에 있는 건가요? 이건 국가의 학부모 교육권침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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