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판악에서 한라산정상에 오르고 있을 때였습니다. 뒤에서 경운기 소리가 울렸습니다. 산중에 이런 굉음을 내는 기계를 가져온 게 누구야 이거뜨리 하는데 뒤에 나타난 건 경운기가 아닌 기차. 정확히 말하면 모노레일이죠.




일단 처음 본 느낌은 재밌어보인다는 겁니다. 다들 타고 싶어했습니다. 산행을 하는 시민들 중에 태워달라고 하니까 한라산기차의 차장은 손사래를 크게 치며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습니다. 등반하는 사람들과 한동안 같이 다녔습니다. 그 때문에 경운기 굉음을 5분여 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레일이 산행로를 벗어났다 들어왔다 하면서 한라산기차도 등반하는 사람들 옆으로 왔다 사라졌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면서 경운기같은 소리도 작아졌습니다.




관음사 쪽으로 내려왔는데 여기에도 모노레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까 성판악에서 올라온 기차가 탄 레일을 상선이라고 한다면 여기는 하선이겠죠. 

기차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 동력차 한 대에 두대의 객차(화물)차가 연결되어있습니다. 저기에 물건이나 자재 등을 싣고 다닌다고 하는군요. 때로는 환자를 이송하기도 하고요.




차량기지는 어디있을까요? 관음사에 내려 오니 바로 이런 기지가 보이네요. 기지 하나는 비어있는데 아까 위에 보였던 그 기차가 여기에 들어올 모양입니다.




이건 분기기죠. 차량기지 두 곳에서 나오는 차를 본선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저걸 뗐다 붙였다 하겠죠. 저 작은 한라산 모노레일에도 있을 건 다있군요. 

그런데 한라산에 저 모노레일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듯 합니다. 등반하는데 모노레일 구조물을 마주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겁니다. 산 속 깊숙이 이어진 저 모노레일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