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를 딱 켰어.

그럼 이제 구체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페이지로 들어가잖아. 통지오더통합리스트 대부분 거기 주로 들어가잖아.

어떻게 들어가?

시설물자원관리 클릭해서 카테고리 띄우고 카테고리 몇차례 뒤져 통지오더 페이지 띄워. 이게 끝이 아니지? 검색을 해서 통지오더 분류 리스트를 띄워야해. 그러고나서 해당 분류로 들어가면 분류 내의 리스트가 또 떠. 이제 그토록 찾았던 업무가 보이지. 그걸 체크하고 관련 작업을 클릭하면 드디어 업무를 볼 수 있는 페이지가 뜨는 거야.

일 한번 하려는데 몇단계를 거쳐 들어가는 거야? 아무리 어려운 정보도 서너번이면 접근 가능한 세상에 매일 하는 자기 업무를 8-9번 클릭해서 들어가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딨냐구. 우리가 지금 무슨 국정원 비밀페이지 접근하는 거야?

그건 그렇다 쳐. 생짜증이 나지만 어쨌뜬 업무는 해야할 거 아니야. 꾹 참고 페이지를 들여다봐. 근데 졸라 복잡해. 

위쪽 메뉴에는 버튼 십수개가 쫙 늘어섰는데 그중에 클릭해본 건 몇개 안돼.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어. 혹시나 잘못될까 무서워서 거긴 마우스 못 갖다대.

그 아래 보면 행마다 칸마다 숫자와 문자들이 가득차 있어. 근데 그중에 알만한 게 있데? 그 많은 숫자와 문자 중에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의미있는 정보는 딱 하나 제목뿐이야.

장난하나? 기껏 힘들게 들어갔는데 달랑 제목 하나 보여줘? 쓸데없는 기호와 문자로 사람 헛갈리게나 만들고. 

근데 그 모든 것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건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사용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거야. 세상에 이렇게 싸가지 없는 프로그램도 없을 거야 아마.

힘들어도 적응되면 괜찮을줄 알았는데 어찌된 게 매번 들어갈 때마다 새로워. 지난번에 해본 건데 기억이 안나. 보고있으면 그냥 멍해. 이렇게 직관성을 결여한 인터페이스는 살다살다 첨 본다며 다들 분통을 터뜨리지.

자료를 입력할 땐 또 어떻구! 인간의 문자가 아니라 프로램이 이해할 수 있는 기호로 바꿔서 입력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 아니야. 여기에다 인터페이스까지 개판이다보니 ERP 함 입력하고나면 온 몸에 진이 다 빠져.

이건 인간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야. 악마의 프로그램이야. 나이 좀 있는 직원들에겐 ERP가 공포 그 자체야. 이런 쓰레기 프로그램을 쓰는 부산지하철조합원들이 정말 불쌍해~
  
다들 지금 ERP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야. 기존 업무는 별로 바뀐 게 없고 ERP란 업무만 새로 생겼는데 프로그램까지 지랄같으니 미치고 환장하겠데.

이런 폭력적인 프로그램 직원을 죽이는 프로그램은 누굴 위해서 만든 거야? 직원들에게 쓸모없는 이 프로그램은 도대체 누가 활용하는 거야?

그걸 알아야 돼. ERP는 조합원들 업무 피로도를 높일뿐 아니라 사측의 조합원에 대한 장악력도 높일 수 있단 말이지. 

조합원들의 업무부담이 ERP로 많이 늘어났어. 무엇보다 뭘 하고 하지 말아야 되는지 정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야. 바로 이런 일이 사람 잡아! 이런 상황에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분소장 등의 간부들이 직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많아지고 그러면서 조합원들은 위축되고 사측에 더 종속될 수 있단 말이야! 

노동조합의 ERP 포스터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어. 지금 조합원들 이가 갈리고 알이 배이고 피가 터지고 있어.

ERP,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 당신의 분통 터지고 혈압 오르는 ERP 경험담, 해주고 싶은 말 여기 해주세요.  subwayun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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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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