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해운대 미디어센터에서 반핵영화제가 열린다. 부산 반핵영화제는 올해가 4회째로 원폭2세 환우회 회장이며 부산의 반핵운동가인 고 김형률의 유지를 이어 핵을 생명권의 문제로 규정하고 모든 종류의 핵을 철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영화제다. 


반핵영화제라면 기대감이 덜 드는 게 사실이다. 왠지 영화보다 반핵에 더 초점이 맞춰져 반핵 관련한  홍보성 영화를 볼 거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4회 반핵영화제 영화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건 선입견이다. 반핵은 고리이고 방점은 영화에 찍혀 있는 볼거리가 제대로 갖춰진 영화제라고 소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행사가 반핵을 영화의 고리 수준에만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다. 둘째날  어린이를 위한 탈핵 이야기 북콘서트가 있고 셋째날엔 밀양주민들을 모시고 이야기마당이 펼쳐진다. 반핵을 고리로 영화를 두루고 그 구심점에 참여형 반핵행사를 준비해놓은 것이다. 영화는 영화대로 즐기고 반핵행사는 행사대로 참여하면 되는 것이다.      



너구리 폼포코 대작전



사람들이 가장 재밌게 볼 것 같은 영화는 애니메이션 '너구리 폼포코 대작전'이다. 이에 대해선 이 영화가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할 거 같다. 인간의 개발에 맞선 너구리들의 저항을 그렸는데 한겨레신문 영화 리뷰를 빌어 말하면 이 영화는 "재기와 웃음이 넘쳐나지만 실은 눈물나는 투쟁과 쓰디쓴 패배의 기록"이다. 너구리는 다름아닌 시스템 안에서 묵묵히 살아가야 하는 우리 소시민을 닮았다.


인간과 싸우다 인간이 되어버린… (한겨레신문 리뷰)



밀양전



가장 기대감이 큰 영화는 역시 개막작 '밀양전'이다. 2013년 말에 만들어져 요즘 현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영화다. 밀양전(戰)이란 제목과 달리 영화는 밥 해먹고 수다 떠는 할머니들의 일상에 집중한다. 이에 대해 박배일 감독은 할머니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에 대한 자신이 찾은 답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송전탑이 지어진 다음에는 절대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요. 농사짓다 고개 들면 바로 눈앞에 송전탑이 있고, 마을 어귀에도 송전탑이 들어서게 되니까요. 물론 긴 싸움을 하시면서 핵발전소나 정부사업에 관한 의식이 생기기도 하셨죠. 하지만 근원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송전탑 싸움 끝나면 소고기 먹고 싶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  밀양 할매들 일상 담은 다큐멘터리 ‘밀양전’




유언



첫째날 가장 먼저 상영되는 '유언'은 우리의 피부에 가장 와닿을 영화다. 후쿠시마 대재난 이후 800일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를 우리는 차분히 지켜볼 수 없다. 만약 일본 지역의 해류와 기류의 방향이 조금만 틀어졌다면 가장 가까운 나라인 우리가 이 다큐에 출연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걸 알면서도 그 땅에 살아가는 그들에게 당연히 의문을 갖게 된다. 여윈 소들을 도축장에 보낼 때 카메라맨은 그 답을 알게 된다. 소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카메라맨에게 주인이 "나를 이해합니까?"라고 재차 물었을 때 카메라맨은 고개를 끄덕였고 주인은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답한다.



인간 VS 쓰레기



가장 궁금한 영화는 '인간 vs 쓰레기'다. 서핑 세계챔피언 마르틴 에스포지토는 어느날 카메라 한 대만 달랑 들고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로 들어간다. 쓰레기 더미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로 배를 채우고, 인근 하천에서 몸을 씻으며 2년을 살아간다. 그는 도대체 왜 세계챔피온의 명성을 마다하고 쓰레기장으로 들어간 걸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다. 



우포늪의 사람들



'우포늪의 사람들'은 눈과 귀가 가장 시원해지는 영화이다. 빼어난 영상미와 유려한 음악이 어우러진 고품질 다큐이기 때문이다. UHD 초고화질로 담았고 다큐로 유명한 EBS가 제작했기에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생태계보전지역이 되면서 우포늪은 현재 어부 외에는 앞으로 조업이 금지된다. 어부들은 수천년에 걸쳐 고기를 잡던 우포늪에서 어업이 금지된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 공생할 수 없다면 그것을 누구를 위한 자연일까? 영화는 늪과 인간의 공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포늪의 사람들(EBS 다큐)




검은비



'검은비'는 영화 매니라라면 귀가 솔깃할 영화다. '나리야마 부시꼬'와 '우나기'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검은비'는 1998년 작품으로 히로시마에서 방사능 낙진을 맞은 시즈마 부부와 그의 조카의 이야기다.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조카에게 병증이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살아가는 그들을 통해 전쟁의 진실과 원폭피해자의 비극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



폐막작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는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가 될 듯 싶다. 말 그대로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를 보여준다. 영화 속 핵발전소가 안전한 이유는 다 지어졌지만 국민투표를 통해  가동 중지 결정이 내려져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가 될 뻔 했던 이 곳은 다른 다양한 용도로 쓰여진다. 영화는 그런 핵발전소의 일상들을 보여줄 뿐 핵발전소의 위험성이나 핵에 대한 경고 등은 일체 없다. 이 영화에 대한 느낌도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분명히 여운은 많이 남을 것 같다 


가장 특이한 영화는 '밀양 765KV OUT'이다. 이 영화가 특이한 이유는 영화 연출이 감독 개인이 아니 단체이기 때문이다. 밀양765KV OUT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이 영화의 감독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2분 간 상영되는 이 영화는 밀양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기록한 날것 그대로의 영화일 것이다. 



시계 방향으로 왼쪽부터 '낙진', '아비타', '교항곡 42'다.

 



그외 4분에서 10분 사이의 아주 짧은 영화도 있다. '낙진'은 핵사고 이후의 상황을 상상하는 4분짜리 실험영화다. 여기에 등장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는  과거 소련과의 핵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미국관객들에게 제공하던 <가족낙진피난처>영상 속 목소리다. '아비타'는 방사능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 후쿠시마 어린이들을 그린 단편 애니메애션으로 이것도 역시 4분 분량이다. '교향곡'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불합리한 관계를 47개의 관찰을 통해 보여주는 상상력 충만한 10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부담 없이 볼만할 영화들인데 중요한 것은 상영시간을 정확히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영화가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핵발전은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일까? 이 질문은 성립할 수없다. 핵발전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술이든 가장 핵심은 스위치다. 그런데 핵발전은 스위치가 없다. 핵발전을 시작한 순간 인간은 핵발전을 멈출 수 없다. 우리가 후쿠시마를 통해 절실히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핵발전은 우리가 다룰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유용함을 논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스위치가 필요한 그 순간 이미 그 것은 우리 앞에 괴물이 되어 있다.


반핵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엔 고리핵발전소가 있다. 78년부터 운영해 30년을 넘은 이 스위치 없는 이 괴물의 수명이 또 연장되려고 한다. 고리핵발전소를 막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밀양이 이 고리핵발전소를 막는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핵영화제는 우리를 밀양의 고리와 연결시키는 또 다른 고리다. 밀양에서 못했다면 7월의 해운대에서 고리를 막는 고리가 되어보자. 밀양할매에게 미안했다면 7월 해운대에서 영화를 보자. 가장 중요한 말이 남았다. 영화 관람료는 무료다. 맘껏 즐기시라.

 







* 부대행사


① <무지개 욕심 괴물 : 어린이를 위한 탈핵 이야기> 북 콘서트
· 참여대상 : 어린이/교사/학부모
· 작가 : 김규정(글/그림)
· 도서 : 『무지개 욕심 괴물』, 철수와 영희, 2014.3.11.
· 일시 : 2014.7.12.(토). 15:00
· 장소 : <너구리 폼포코 대작전> 상영 후 영화관
② <밀양이 들려주는 이야기> 밀양, 이야기 마당
· 참여대상 : 밀양의 친구들
· 초대손님 : 김준한신부님, 127 농성장 할머니
· 일시 : 2014.7.13.(일), 15:30
· 장소 : <밀양 765kV OUT> 상영 후 상영관
③ 포토존 : 탈핵 메시지를 담은 포토존 운영
· 운영기가 : 영화제 기간
· 장소 : 부산시청자 미디어센터 로비



제4회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회


주소 : 부산광역시 진구 양정동 393-18번지 3층

전화 : 051-633-4067

메일 : bsnn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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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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