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본사 앞입니다. 경찰이 지키고 있는 건물 앞에서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피켓을 펴들고 있습니다. 1인 시위를 하는 이 사람은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조상래소장입니다. 조상래소장은 뇌병변1급장애인입니다. 편치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그는 7월의 햇볕이 머리 위로 바로 내리 쬐는 정오, 11시30분 경에서 1시 30분 사이 부산교통공사 앞에서 매일 피켓을 들고있습니다. 그의 시위는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부산지하철노조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부산교통공사에 보내고 있습니다.




왜 조상래소장은 부산지하철파업을 지지하고 나섰을까요? 2010년 말 반송과 동래지역을 연결하는 반송선이 개통될 예정입니다. 부산교통공사는 현재 이 반송선을 무인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송선을 달리는 전철에는 기관사가 없고 타고내리는 역에는 역무원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입니다. 역무원이 있는 지금도 장애인들은 일년에 몇번이고 아찔한 순간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역무원 뿐 아니라 승무원까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초로 도입되는 무인화로 인해 사고가 일어난다면 아마 그 첫번째 희생자는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희생을 예방하기 위해 조상래소장이 부산지하철노조의 '반송선무인화 철회'를 강력히 지지하고나선 것입니다.





7월3일 오후 부산시청광장에서는 이런 부산지하철의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 수백명이 모였습니다. 시민들 중엔 조상래소장과 같은 장애인들도 있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장애인들을 종종 보는데 여태까지 본 중엔 가장 많은 인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들은 집회장에서 눈에 띄게 많은 피켓을 들고, 있는 힘껏 구호도 따라외치며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송선무인화가 그만큼 장애인들에게 절박한 문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집회가 중간을 넘어섰을 때 쯤 조상래소장님이 무대 앞으로 나왔습니다. 조상래소자은 장애인들이 부산지하철파업을 왜 지지하는지 얘기했습니다. 한마디에 온몸의 근육이 필요할 정도로 말을 하는 게 쉬운 몸이 아님에도 조상래소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아래는 조상래소장의 말입니다.


지금까지 일인시위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반송선은 죽음의 지하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시민의안전을 위한 지하철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이 지하철은 시민들보고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구지하철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역무원이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만약에 반송선에서 그런 사고라도 일어나면 개죽음입니다. 안그렇습니까. 더군다나 우리 장애인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장애인처럼 계단으로 대피할 수도 없습니다. 장애인들은 지하철 안에서 죽어야 합니다. 

얼마전 서울에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다 문이 빨리 닫히는 바람에 밖으로 튕겨나갔습니다. 기계로만 움직일려하니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반송선도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의 지하철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한 사람입니다. 우리도 지하철노동자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장애인들 중에 안면이 있는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지난 4월 장애인이동권 취재할 때 알게된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주필팀장입니다. 그에게 반송선 개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땅아래 : 반송선 전철은 타보셨는습니까?

김주필 : 벡스코 철도물류전에서 마지막날 봤습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반송선전철을 들어가는 입구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둘이 잠시 어이없어 웃었습니다. 장애인이 관람할 수 없는 철도물류전입니다. 이름을 '비장애인철도물류전'이라고 해야하지 않을지.

땅아래 : 반송선전철이 상당히 좁은데요.

김주필 : 제 휠체어가 103센티입니다. 반송선 전철의 장애인석은 1미터가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휠체어가 타면 문을 먹게 됩니다. 수동휠체어가 이런데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는 아예 못타는 겁니다.

반송선을 몇번 구경했습니다. 김주필팀장님 말대로 일반 휠체어도 타기 힘든 공간입니다. 만약 스쿠터가 탄다면 문을 반쯤은 잡아먹게 될 겁니다. 그런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탄 장애인들은 반송선을 이용하게 되며 다른 승객을부터 눈치를 받을지 모릅니다. 아마 반송선이 타기 싫어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하철 안타게 될지 모릅니다.

땅아래 : 지하철 이용 중에 사고 당할 뻔한 경험이 없으신가요?

김주필 : 대티역에서 내리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공간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맨 뒤에 있었는데 기관사가 그냥 문을 닫았어요. 세번을 그랬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곡선구간이라 안보였다고 합니다.

위험천만한 순간입니다. 열차가 곡선이면 맨 앞에 있는 기관사는 뒤의 상황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만약 무인전철에서는 이런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로 앞에서도 못보는 걸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CCTV로 파악하는 게 가능할까요?

땅아래 : 지하철조합원들과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김주필 : 반송선을 무인화하는 것은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노동권을 박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파업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없는 유령열차를 타고싶지 않습니다. 이 죽음의 열차는 파업아니라 더 한 것으로 막아야 합니다.


장애인들이 주로 의존하는 교통수단은 전철입니다. 버스의 경우 좁고 승하차가 가능한 저상버스가 충분히 보급되어있지 않습니다. 특히 부산의 경우엔 평지가 별로 없어 저상버스를 보급하기 힘든 도로환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을 전철에 거의 의존하는 장애인들에게 전철의 운영방식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이 제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꼭 사고가 아니더라도 무인화된 반송선은 장애인에게 이용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해 이용을 꺼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반송선이 무인화되면 이어서 완공되는 김해경전철과 경기도 용인선 등도 무인화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약하는 교통환경이 계속해서 생기게 되는 겁니다. 장애인들로선 이 도미노를 막아야합니다. 자칫 사고가 나면 자신들이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 무인화를 내버려 둘 순 없습니다. 오늘 부산지하철파업을 지지하며 싸우고 얼마뒤 김해와 용인 앞에서 다시 투쟁하게 될지 모릅니다. 장애인들로선 김해와 용인으로 이어지는 이 무인화의 도미노를 반송선에서 끊어야 합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무인화의 도미노를 막기 위해 장애인들은 부산지하철파업을 지지하고 있는 겁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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