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서울역입니다. 시간은 7월21일 오전 경. 이상하게 평소보다 지하철대합실이 많이 붐빕니다. 한 달에 한 두번 서울에 올라가면 지하철 서울역을 꼭 이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붐빈 건 본적이 별로 없습니다.





왜 그런가 보니 자동발매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합실 내에 총 12개의 무인발매기가 있는데 이 무인발매기 앞에 각각 7-8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섰습니다. 무인발매기 12개가 만들어낸 줄이 지하철대합실을 가득 채운 것입니다. 




서울시가 지하철승차권 발매를 무인화하면서 얼마전부터 매표창구가 폐쇄되었습니다. 폐쇄된 후에도 한동안은 발매기 앞에서 안내하는 사람이 매표를 도와주어 폐쇄 이전과 이후가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매표창구 폐쇄 후에도 서울에 몇 번 올라왔는데 자동발매기 앞에 줄 선 사람도 별로 없었고 대합실도 붐비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평소와 달리 대합실이 혼잡하고 발매기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둘러보니 매표를 도와주는 직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직원의 도움을 받지못한 승객들은 혼란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역은 서울시민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무인발매기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승객들은 발매기 앞에서 기계의 사용법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뒤에 줄 선 시민들은 늦어지는 줄에 짜증내기 보다는 오히려 처음보는 이 기계를 어떻게 사용할까  더 걱정하는 듯 모습이었습니다. 





기다려서 간신히 기계앞에 서면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차례에서 고장난 기계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결국 이 무인발매기 앞에 줄 섰던 10여 명의 시민들은 다른 줄 뒤로 가야했습니다. 




저녁에 다시 와서 보니 12대의 기계가 설치된 네 곳 중 한 곳은 기계 전부가 고장났습니다. .




다른 곳도 한 대씩은 고장이 난 상태였습니다. 12대 중 반이 넘는 8대 정도가 고장이났습니다. 이러니 발매기 앞에선 줄이 줄어들리 없었던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기계를 조작하느라 몇분의 시간이 걸렸고 거기다 기계까지 고장을 일으키면서 승객들의 매표시간은 길어졌습니다.

예전에 직원이 매표할 때는 20-30명의 줄도 잠시면 없어졌습니다. 한 사람 당 표를 구매하는 시간이 짧게는 몇 초면 되었습니다. 역 이름을 얘기하면 직원이 바로 표와 준비한 거스름돈까지을 순식간에 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무인발매기는 12대나 있으면서도 매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지하철대합실을 발매기에 줄 선 사람들로 꽈 채워버렸습니다. 찌는 듯한 날씨에 붐비는 대합실에서 발매기 앞에서 줄 선 승객들은 잔뜩 짜증이 난 모습이었다.

서울시는 지하철 효율화 등을 이유로 무인화를 시작했습니다. 역무실을 폐쇄하면서 서울지하철이 얼마나 큰 이익을 얻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그 수익과 비교할 수 없는 대가를 시민들이 치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아낀 역무원의 근무시간에 대한 비용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으로 전가되었습니다. 역무원의 몇시간 고용비용을 아끼기위해 천만시민들의 수천 시간을 빼앗은 겁니다. 직원 한명이면 해결 될 모든 불편을 지하철 서울역을 이용하는 수만명의 승객들이 매일 감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체적 효율화도 의문입니다. 12대의 무인발매기의 가격과 유지비용이 과연 직원의 고용비용보다 작을까요? 저렇게 하루에 반 이상이 고장나는데. 이런 식이라면 직원 고용비용을 기계보수업체에 갖다바치는 꼴이 되는 건 아닐까요?

한 집단의 효율화가 사회전체적으로 저효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단은 돈을 벌지모르나 그 집단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비용을 치를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무인발매화가 그런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무인화로 지하철은 운영수익을 개선할 수 있지만 사회전체적으로는 시민의 불편과 대기시간의 비용으로 그보다 더 큰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정부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연히 이럴 때는 사회 전체의 효율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과연 서울시가 전체의 효율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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