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부터 11일까지 노조와 사측 약 40명의 인원이 서울지하철 9호선을 함께 견학하고 왔습니다. 그 소식 사진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10일 오전 9시 출발한 버스는 5시간만인 오후 2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곧바로 9호선 본사로 향했습니다.




특이하게 회사 로비 벽면엔 두개의 회사명이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9호선을 경영하는 회사이고 아래는 9호선의 운영만 맡아서 해주는 회사라고 합니다. 9호선은 기존 서울의 도시철도공사나 메트로가 운영하는 노선이 아니라 관계없는 사기업이 경영하는 노선입니다. 그런데 그 사기업이 또 다른 회사에 운영부분을 맡기고 있습니다. 하청에 또 재하청 그런 식? 이에 대해선 아래 기사 내용 참조 하시고.


이는 지하철 9호선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지만 30년간 운영권을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에 넘겨 그 기간동안 수익을 거둬들이는 BTO방식의 사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9호선 지하철의 운영에 대해서도 "실제 지하철 운영은 '서울9호선운영(주)'라는 위탁회사가 맡게 되는데 이 회사는 프랑스의 다국적 기업 '베올리아 앙비론느망'의 자회사인 '베올리아 트랜스포'(80%)와 현대로템(20%)이 출자하여 설립한 것"이라며 "외국 자본과 재벌에게 우리의 공공교통 수단을 맡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간투자 지하철 9호선, 투자·운영·안전대책 등 숙제”




 



엘리베이터 벽면에 이렇게 환영의 표시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그러나 이날 이 문구와 달리 좀 씁쓸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받은 후 각 분야별로 견학을 가게 되었는데 저의 경우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면 운영분야가 좋을 것 같아 운영분야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우리팀을 인계해서 설명해줄 사람이 30분 동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좀 실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 운행을 시작한 노선을 너무 일찍 방문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약속이 되었다면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들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결국 30분 지나고서야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담당자에게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왜 이들이 우리를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는 듯 했습니다. 9호선 주식회사는 사람이 아닌 직무 위주의 조직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무소나 현업사무실이 없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자리와 직책을 주어 일을 맡기는 게 아니라 업무에 맞춰어 직원을 자원처럼 투입한다는 말인 듯 했습니다. 업무에 따라 사람을 투입하는 식이다 보니 9호선 역무원들은 지하철기관사처럼 교번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역이 정해진 게 아니라 업무가 집중하는 시간대 별로 인원을 달리해서 근무지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직이 효율화에 최대한 맞추어지다보니 9호선을 방문자를 인솔하고 안내할 직원도 확보하기 힘든 게 아닌가 추측이 되었습니다. 




 
이 곳이 역무소입니다. 아니 역무소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9호선 주식회사에서도 이곳을 안전센터(?) 정도로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의 각종 설비들을 위해 설치된 모니터 장비들입니다. 직원들도 이런 각종 장비들을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무직원의 상당수가 전기 등의 기술직 전공자들이라고 합니다. 9호선 주식회사도 직원 채용에서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9호선이 다른 지하철과 가장 차별적인 부분은 편의점에서 표를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편의점회사와 계약을 하였고 편의점 직원을 대상으로해서 매표 교육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서울에선 가능할지 모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은 일부 붐비는 환승역 등이 아니면 지하철 역사 내의 매출은 아주 작습니다. 이미 많은 역사에서 매점이 운영적자를 견디지 못해 철수했습니다. 매월 삼사십만원수십만원 수준 정도로 버는 노인들이 운영하는 매점이 상당합니다. 


한강의 남쪽 선을 따라 깔려있는 9호선 노선도



9호선 내부 모습입니다. 손잡이가 높이가 다른 부분이 눈에 띕니다. 9호선은 한강 남쪽 선을 따라 25키로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한강 이남 끝부분까지 35키로를 연결한다고 합니다.

 


운전실입니다. 9호선 직원들 대부분이 나이가 상당히 어렸습니다. 본사 이외에는 30대 이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젊은 노선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이번에 뽑힌 신입사원들은 연봉제를 적용받습니다. 매년 한차례 연봉을 조정합니다. 그리고 10년마다 계약한다고 합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재계약 된다는 것 같은데 그래도 10년마다 계약한다는 부분이 좀 걸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학졸업 후 10년 뒤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30대 후반 한창 때 일자리를 잃는 것입니다. 이번에 고용된 신규 직원들은 노조활동에 참여하기가 참 두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호선은 급행과 완행이 함께 움직입니다. 급행은 7개 역에서 정차합니다. 멀리 가는 사람은 급행 정차역에서 내려 급행을 갈아타고 갑니다. 급행은 20분 마다 한 대 씩입니다. 


* 다음날 내려오면서 용인경전철도 견학했습니다. 그 사진 한장만 보여드리죠.




이게 용인경전철입니다. 차량은 1대입니다. 누군가 스크린 도어 설치를 왜 안하냐고 물으니 브리핑 하시는 분이 차량 한대로 버스나 마찬가지인데 스크린 도어를 설피할 필요가 있느냐고 대답했습니다. 역사 진입 속도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합니다. 무인으로 운전한다고 하는 이 1량짜리 용인경전철과 부산지하철의 4량짜리 반송선은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둘은 이름만 경전철로 같이 붙였지 사실상 전혀 다른 운송수단입니다. 용인경전철을 무인화 한다고 반송선도 무인화 한다는 건 연결되지 않는 논리라는 거죠. 물론 용인경전철 무인운행도 함 따져봐야 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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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본문 중 '운영분야 견학팀이 30분동안 기다렸다는 내용' 에 대해 견학을 진행한 부산지하철 실무자께서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를 전달해드립니다.

"부산지하철과 서울9호선의 조직체계가 달라서, 부산지하철 운영분야 견학팀에게 적합한 서울9호선의 업무부서를 선정하는데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9호선에서 견학 온 부산지하철 직원들을 소홀하게 대접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런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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