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라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에서 영화 리뷰어로 유명하다. 물론 듀나는 본명이 아닌 온라인상의 아이디다. 이게 우리가 알 수 있는 그의 신상의 전부다. 그를 말할 땐 설로 전해진다. 문체로 볼 때 그는 여자라는 설이 유력하고 다작으로 보아 한 사람이 아닌 집단이라는 말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싸이트는 이 정체불명의 여성(혹은 남성 또는 다성?)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다. 개인 홈페이지로 시작했는데 그의 필력에 이끌려 온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하루 수만명이 방문하는 거대한 공론장이 되어버린 싸이트다. 얼마나 큰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때 일간지에 추모광고를 가뿐히 때릴 수 있을 정도다.

처음엔 듀나라는 개인에 이끌려 왔지만 지금은 싸이트의 메인게시판에서 벌어지는 소통의 활력 때문에 손님들이 찾고있다. 이 곳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취미에서 성적 취향까지(동성애는 흔하고 심지어 노인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사람도) 정말 다양하다는 게 뭔지를 말해주는 곳이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애착증도 고백되고 또 토닥거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불편함이나 이상함을 느끼진 않는다. 대화는 조심스럽게 시작되고 많은 고민을 한 반응들이 나온다. 이 싸이트의 관리자인 듀나가 일관된 규칙으로 유저들을 대하는 것도 차분한 토론에 한몫한다.

이 싸이트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대개 잡담이다. 가요프로그램 보면서 누가 예쁘니 옷이 어떻니 하는 대화를 나누고 선덕여왕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환호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잡담 속에서 기막힌 감성들이 튀어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곳을 한단어로 짚는다면 바로 감성이다. 누구든 무엇을 하든 어떤 얘기든 감성적으로 접근한다면 이 게시판에서 공명할 수 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가보면 안다. 시원한 감성의 샤워를 맛볼 것이다.




* 부산지하철노보 9월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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