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부산지하철에 작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공사에서 사격장화재 희생자에 대한 모금을 했는데 이를 두고 게시판 등에서 말들이 좀 있었습니다. 성금 모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화재로 인한 희생자를 위한 모금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라 의아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용산참사에서 돌아가신 철거민에게 사과는 커녕 법을 철퇴를 가하면서 외국인의 죽음에는 모금까지 하며 신경쓰는 모습을 보고 빈정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찾은 손님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관대한 편입니다. 외지에서 사고당한 사람들인데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격장화재 성금모금은 시끄럽긴 했지만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사격장화재 모금 논란이 다시 떠오른 건 싸이판에 여행갔다 사고 당한 한국인에 대한 기사를 보고나서입니다. 싸이판에 여행갔다 사고를 당한 한국인이 정부로부터 들은 말이 "언론이나 인터넷에 호소해봐라."였다고 합니다. 순간 부산지하철에서 벌어진 사격장화재 모금논란과 싸이판 사건이 머리속에서 충돌하면서 참을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부산시는 일본인 희생자를 위해 최고 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부산시 의회는 이를 위해 12월 17일 조례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알아본 바에 의하면 부산시 공무원과 산하 공기업 등을 통해 성금도 모금했습니다. 이렇게 일본인 희생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한국정부가 싸이판에서 사고당한 한국인에게 해준 것은 고작 인터넷에 알아보라는 말이었습니다.
아무리 사고가 난 당사국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렇게 태도가 다를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고를 당한 일본인의 처지를 이해했다면 외지에서 사고를 당한 한국인도 최소한 그런 자세로 접근했어야 합니다. 사격장 화재에서 일본인에게 보여준 온정적인 태도가 외지에서 피해를 입은 한국인 앞에선 이리 돌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 정부는 일본인은 두려워하면서 한국인은 귀찮아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땅에 있는 이 정부는 어떤 정부입니까? 일본정부입니까? 식민지 정부인가요?
국가가 국민을 돌보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그 나라 국민은 존중받지 못합니다. 싸이판 당국도 한국 내에서의 정서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일을 처리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고당한 사람의 해당국 반응과 태도입니다. 일본인을 위해 모금까지한 그 정성의 반에 반이라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싸이판이 저렇게 손놓고 있었을까요? 아마 한국처럼 모금도 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인을 위해 모금까지 했습니다. 싸이판 희생자와 비교될 때마다 자꾸 혈압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두 장면이 국민의 머리 속에서 충돌되지 않도록 국민건강을 위해 조치를 좀 취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