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부산지하철노동조합에서 블로그강좌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이 '과연 수강생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가 유행이라지만 노동운동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한국에서 노조가 개최하는 대중강좌가 대중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지만 대중이 우리에게 선뜻 다가올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민에게 분배된 15인 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할 때의 복안을 계획해 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습니다. 강좌 포스터가 나가자마자 첫날부터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고 시민 수강정원 15명은 며칠만에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수강생 미달을 대비한 복안이 아니라 반대로 몰려드는 수강생을 수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결국 시민 정원을 배로 늘리고 조합원 정원을 조금 줄여 총 수강정원을 40명으로 늘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강좌시작 5일 전 모두 마감되어버렸고 이후 서서라도 듣게 해달라는 통사정 전화에 정말 여유가 없다며 노조도 맞통사정을 해야 했습니다. 

노조의 행사엔 관련 단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게 되는데 이번 블로그강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강생들은 노조와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생, 교사, 사업가, 주부, 강사, 병원 관계자들이었습니다. 한 대학교수는 자신의 학생들 몇명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예상보다 큰 시민들의 반응에 우리 노조도 놀랐습니다. 사실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행사에 시민들의 호응은 기대하기 쉽지않은 일입니다. 파업에 부정적인 언론에 영향받은 한국에서 시민들은 노조라면 경계의 시선을 먼저 주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해왔는데 이번 블로그강좌에 몰려드는 수강생들을 보고 이렇게 다가가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22일 거다란닷컴(본인)의 블로그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1강이 있었고 27일 블로그의 운영과 쓰기에 대해서 배우는 김주완 백인닷컴 대표의 2강이 있었습니다. 혹시 1강에 실망하고 2강에는 아예 안나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살짝 했는데 수강생은 첫날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수강생들은 조금의 의문도 남기지 않는 김주완 대표의 시원한 강의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의교재엔 김주완 대표의 육성이 다시 채워졌습니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이전에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본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김주완 대표의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태윤이의 블로그 사례였습니다. 김주완 대표의 아들 태윤이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중엔 자신의 블로그에 대해 강의를 하게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사례 중의 사례라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끄적거리는, 그 또래에서도 좀 처진다고 생각했던 태윤이를 격려해가면서 블로그를 시켜 결국엔 중학생 태윤이가 스스로 글의 구조와 구상을 깨우치면서 쓰게 하는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태윤이 얘기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습니다. 




수강생들은 여성분들 조금 더 많았습니다. 남자는 20, 30대보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많았습니다. 블로그 오프라인 모임과 몇번의 강좌를 해봤는데 그 구성도 이번 수강생과 비슷합니다. 본격적인 블로그 수요가 주로 어느 세대에서 발생하는지 짐작케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싶어하고 그 컨텐츠를 어디에 어떻게 실어서 보낼까하는 고민을 보다 많이 하는 부류가 여성과 중장년 남성들이라는 겁니다.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들과 근처 호프집에서 간단히 뒤풀이를 했습니다. 노조의 행사라서 좀 망설이지 않았냐고 물으니 혹시 노동 관련 강의가 아닌가 하는 일말의 불안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보니 자신들이 각오한 그런 내용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이렇게 대중적이고 좋은 강의를 노조에서 해주는 게 놀랍다고 합니다. 다음 강의가 있으면 꼭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말도 합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블로그 강좌는 27일까지 2강을 마쳤습니다. 아직 행사의 평가를 하기에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수강생들의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과 반응을 볼 때 성공적인 행사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29일엔 트위터와 스마트폰에 대한 3강이 있고 5월 1일은 부산역에서 벌어지는 노동절 대회를 수강생들이 직접 취재하는 4강이 있습니다. 남은 강의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매번 새롭다는 그들의 표정을 기대해봅니다.



* 5월 4일 국제신문강당(부산 교대 앞)에서 블로그 토론회가 있습니다. 이 행사는 수강생이 아닌 누구나 참여가능한 행사입니다. 독설닷컴 고재열, 윤춘호 공공운수연맹 선전국장, 거다란닷컴(접니다) 김욱이 토론자로 나오고 백인닷컴 김주완 대표가 사회를 봅니다. 그리고 이 행사는 미디어 몽구가 온라인 생중계 합니다. 부산 지역 블로거와 트위테리안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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