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4호선 무인지하철인가, 경고철인가?


 

“아저씨 차가 몇시에 옵니까?”


지하철이 멈췄다. 한국 최초 무인지하철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부산지하철 4호선이 개통된지 이틀만에 멈췄다. 무인열차의 문이 닫히지 않아 운행이 지연되고 있었다.


“지하철 생기고 사람 더 피곤하네. 멀쩡한 버스 다 없애고 위아래 오가라면서 지하철 타라하고 이게 뭔데 도대체”


지하철이 생기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버스 노선 조정으로 익숙하지 않은 교통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지역 주민들이 불편한 심기를 토해 낸다.


“저봐라 인자 오네. 뭐꼬 버스 탔으면 벌써 집에 갔겠다”



 

모니터의 지하철 그림 표시가 다음 역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고장으로 인해 10여분 지연됐다. 4호선 배차 간격을 감안하면 최대 20여분 기다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드디어 지하철이 역에 도착했다. 정체됐던 지하철은 사람을 한가득 태우고 역으로 들어섰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잔뜩 불만스런 표정의 사람들이 밀리다시피 내렸다. 그리고 다시 승차객이 타려는 순간 갑자기 지하철 차량과 역사에 설치된 스크린도어가 닫히기 시작했다.


“어어~ 할아버지 나오세요. 거기 문닫혀요. 거기도 나오세요. 빨리요.”


사람들이 문틈에 서 있는데도 문이 닫혔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지하철은 정차시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정차시간이 지나면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지하철이 밀려 많은 사람들이 내리느라 정차시간이 지나갔고 승차객에겐 탈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니 이노무 지하철이 미쳤나. 몇 명 탔다고 문을 닫노?”


부산지하철이 자랑하는 부산지하철 4호선은 미치지 않았다. 다만, 운전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미친 게 있다면 지하철이 아니라 지하철을 사람 없이 운행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부산지하철 4호선을 보면 일본 대지진이 생각난다. 일본 대지진에서 죽은 자들 대부분은 고령자 같은 자기구조 능력이 없는 노약자들이었다. 쓰나미가 몰아닥친 지역은 노인들만 사는 지역이라 노인을 도와줄 젊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부산지하철 4호선은 부산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노인 손님이 아주 많다. 그런데 이런 노선을 부산지하철은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만약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4호선은 무인지하철입니다. 무리하게 타려 하지 마시고 다음 차를 타십시오”


운행이 지연되고 얼마 뒤 방송이 계속해서 나온다.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하더니 사람보고 조심하라고 한다. 무인지하철이라고 그렇게 자랑하더니 열차가 한번 지연되고 나니까 홍보는 경고로 바뀌었다.


부산지하철 4호선은 무인지하철인가, 경고철인가? 경고해야 유지할 수 있는 무인지하철인가?



부산지하철 경영진은 4호선에 대해 첨단설비를 갖추고 원격자동제어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국내 최초 무인경전철이라고 자랑한다. 또 5중 안전장치를 갖춰 안전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친다. 과연 그럴까? 지하철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원자력발전소는 절대 안전하다는 신화가 일본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로 깨지는 것을 보면서 기계가 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이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두렵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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