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JR동노조 청년 대의원대회를 견학하고 쓰는 두번째 글입니다. 첫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8월 21일 오후 12시가 넘은 시각의 쯔쿠바 역 모습입니다. 하얀 셔츠에 까만 양복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습니다. 일본 샐러리맨들이 점심이 가까운 시간에 가방을 챙겨 역 주변에 모일리는 없겠죠. 이들은 오늘 쯔쿠바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일본 JR동노조 청년부 대의원대회에 참석하기위해 쯔쿠바역에 내린 노조원들입니다. 





JR동일본철도는 도쿄를 포함한 동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철도회사입니다. 본사가 있는 도쿄에서 멀게는 버스로 5시간을 가야하는 곳도 있습니다. 먼 지역의 노조원들은 이렇게 전세버스로 대의원대회장에 도착합니다.





대회장 입구에 들어서니 플랜카드를 펼쳐 맞이하는 청년회원들이 있었습니다. 플랜카드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천재를 이겨내고 인재를 용서하지 말자. 이와키 지역으로부터 탈원전을 실현시키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하라노마치 사람들과 같이 만듭시다."

올해초 지진으로 사고가 난 원자력발전소 지역이 바로 JR동일본철도의 관할 지역입니다. 그래서 원전사고로 피해를 당하거나 아예 지역이 폐쇄되어 근무지를 잃은 노조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후 JR동노조는 원전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JR동노조원에겐 원전반대운동이 공익적 사회운동 이전에 삶의 터전을 지키기위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대의원대회 시작 시간인 오후 1시가 가까워지면서 입구가 붐비기 시작합니다.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입니다. 그런데 복도 양쪽에 게시판이 길게 늘어서있죠. 게시판은 여기 외에도 회의장 주변과 뒤쪽에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게시판엔 JR동노조 청년노조원들이 적은 메시지가 붙어있습니다. 메시지 내용은 입구에서 본 플랜카드처럼 대부분 원전을 반대하는 내용인데 청년부 대의원들이 청년노조원들을 일일이 만나서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청년 대의원들은 회원 200명당 한 명입니다. 간부가 그 많은 노조원들을 일일이 만났다는 건 그만큼 간부의 열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조간부들을 이렇게 조직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닐듯합니다. 일본은 서로의 열의를 확인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타인의 열의가 나의 마음자세를 다잡게 하고 나는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식으로 서로의 열의를 확인하면서 조직을 결속시켜나간다고 할까요.





대회에 접수하고 자료를 받아가는 청년부 노조원들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입고 있는 파란 옷은 일본JR동노조 옷입니다. 얼마안가 봤더니 3,000엔, 우리 돈으로 4만2천원입니다. 







이 잡지들은 JR동노조 관련 회사에서 발행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자회사라 보시면 됩니다. JR동일본철도 자체가 아주 큰 회사라 노조도 커서 그에 기반한 출판사 등의 자회사가 있습니다. 





역시 일본 사람들 시간관념은 정확합니다. 대회 시작 시간인 오후 1시가 되자 복도는 텅비고 회의장은 꽉 찼습니다. 
  
 



대회장 앞에 있는 좌석그림입니다. 앞쪽엔 148명의 대의원이 앉고 뒤쪽엔 각 지역에서 온 500명의 청년부 회원들이 참관합니다. 이날 148명 중 딱 1명이 불참했습니다.  

각 지역에서 온 참관단의 차비 등 경비는 노조에서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의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개인적으로 참가한다는 말에 놀라 다시 물어보니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도 있고 노조 선배들이 돈을 거둬 보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놀라움이 줄긴 했지만 선배들이 돈을 모아 후배들의 경비를 챙겨준다는 것도 보통일은 아닙니다.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한국에선 아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간단한 의례와 함께 대회가 시작했습니다.





한국 참관단은 대의원과 참관단 사이에 자리잡았습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딱 좋은 VIP석이죠.





1박2일 간 대회를 주관할 3명의 의장단입니다. 대의원 중에서 자원형식으로 뽑았습니다.





앞쪽 두 줄이 대의원이고 뒤쪽이 참관단입니다.





단상에 자리한 청년부 간부들입니다.



의사진행발언과 마지막 날 자원봉사자들 모습


행사의 핵심은 대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었습니다. 첫날 후반부와 다음날 대부분을 차지했던 의사진행발언에서 대의원들은 노조에 도움을 받았던 경험과 사측의 탄압 그리고 노조원들과의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에 대해서 발언했습니다.  
 
그중 한 발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노조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원전 사고로 제 근무지가 폐쇄됐습니다. 동지들은 전근했습니다. 회사에선 조합원들의 맘도 모르고 여기 가면 더 낫지않냐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분개했습니다. 가족들은 아직 거기 살고있는데 혼자 다른데 가야합니다. 민영화 당시 선배들이 겪었던 그 상황이 어떤 거라는 걸 이제 깨닫게 됩니다."


의사진행발언자는 누군가 손을 들면 곧바로 지명하는 식이었는데 사실 발언자는 모두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회자의 질문에 모든 대의원들이 손을 들고 외치지만 그건 일종의 행사 예의 같은 거였습니다. 그때 이미 정해진 발언자는 호출과 동시에 발언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마이크 앞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한국참관단에겐 의아하게 비쳐졌습니다. 한국에서 보던 난상토론의 대의원 대회 모습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JR동조노 청년부의 대의원 대회는 우리의 대의원 대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노조 내 조직인 청년부가 해소해야할 쟁점들은 사실상 없습니다. 조직의 사안을 토의해야하는 년 수차례의 대의원 대회가 아닌 청년부의 결속과 유대를 다지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의 우경화를 견제하면서 격렬한 활동을 벌였던 60-70년대 청년부과 비교한다면 분명 지금의 일본 청년부 노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청년부가 활성화 되고는 있지만 과거의 청년부에 비해 수동적인 조직이 된 건 사실입니다. 좀 더 적극성을 찾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오후 6시  첫날 대의원 대회가 끝났습니다. 각자 배정받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7시에 회의장 1층 홀에서 연회를 가졌습니다. 일본 노동조합은 이런 식으로 호텔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 참관단이 올라가서 잠시 인사를 했습니다. 





오선근 단장이 대표로 일본어로 인사말을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증정했습니다. 플랜카드엔 한국의 일행들이 한국어로 쓴 응원 문구들이 써있습니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에 대회가 속개되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회의장은 전날과 다름없이 모였습니다.
 




전날 한국 참관단이 건넨 플랜카드가 2층에 걸려있습니다.





JR동노조 청년부 주요 간부들입니다.





퇴임인사 하는 한 청년부 간부가 인사 도중 울먹입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정말 조직에 정이 많이 들어 울컥했다고 합니다. 





시상식 중엔 재밌는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습니다. 일본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은 아래 영상에 담았습니다.






대의원의 발언 도중 플랜카드를 들고 호응하는 참관단입니다. 









청년부 대의원 대회는 3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지역이 책임지고 추진하는데 이번엔 미토지구에서 맡았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단상에 올라왔는데 세어보니 총 41명입니다.






일본 노동조합가 한번 들어보시죠. 노래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조원의 합창에 비장미도 느껴졌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구호를 외칩니다.





이렇게 해서 1박2일 간의 청년부 대의원 대회가 끝났습니다.





대회장을 나가면서 첫날 입구에서 봤던 플랜카드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청년부 대의원 대회가 나눠준 부채입니다. 부채 중간에 적혀있는 한자는 '끈'으로 연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채의 그림을 보고있으니 일본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회적 자연적 재앙들을 청년들의 연대로 돌파하겠다 그런 결의가 느껴집니다. 
 

대의원대회가 끝난 후 청년부 대의원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글에선 청년부 간부들과의 교류에서 들었던 얘기와 느낀 점을 전하겠습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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