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4일 부산지하철노조가 주최하는 장애인이동권취재행사가 있었습니다. 4명의 장애인과 8명의 블로거 그리고 7명의 부산지하철역무조합원이 참여한 블록버스터급 행사였습니다. 유형별로 참여한 각 장애인 별로 팀을 이루어 총 4개의 취지팀이 만들어졌습니다. 부산지하철노조블로그는 그 중 전동휠체어를 타는 1급지체장애인 장애인참배움터 정선옥교장선생님의 이동경로를 따라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했습니다.

블로거들이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합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장애인참배움터 정선옥교장선생님이 장애인전용택시 두리발을 타고 부산지하철 1호선 신평역에 도착했다. 이날(4월4일) 오후 2시에 초읍 근처의 재활원에서 정선옥선생님 지인의 결혼식이 있다. 정선옥선생님은 여기서 양정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게 된다.

정선옥선생님은 다대포가 자택이다. 출퇴근 시 다대포의 집에서 이곳 신평역까지는 두리발을 이용한다. 두리발은 당일 예약해선 타기 어렵다. 부산에 총 60대가 있는데 그중 10대는 운휴라 실제 운행하는 택시는 50대이다. 부산의 중증 장애인들이 이 50대의 택시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전 날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나마 이것도 개선되어 이정도라고 한다. 3년 전엔 아예 두리발이 아예 없었다. 2006년 10대로 운행을 시작한 두리발 매년 증차되어 이제 60대에 이른 것이다. 




그럼 두리발이 없었을 땐 정선옥선생님은 어떻게 다녔을까? 전동휠체어로 다녔다고 한다. 다대포에서 신평역까지는 7.3km로 차로 이동하면 13분이 걸리고 택시요금은 5500원이 나온다. 이 거리를 중증장애인인 정선옥 선생님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골목과 도로를 넘나들면서 이동한 것이다.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정선옥선생님이 온몸에 힘이 들어간 모습으로 대답한다.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데요." 정확한 발음이 쉽지 않은 중증 장애인 정선옥선생님에게 나온 말 중에 이날 가장 명쾌하게 들린 말이었다.




지하철역사 내로 이동을 시작했다. 리프트에 설치된 폰을 통해 역무원을 불렀다. 역무원이 정선옥선생님의 휠체어를 리프트에 올리고 안전대를 채웠다. 먼저 지상에서 대합실인 지하로 내려가는 첫번째 리트프다. 신평역은 지상역이다. 승강장에 가려면 다시 대합실에서 신평역으로 올라가는 리프트를 타야한다. 지하철을 타려면 이렇게 적어도 두번의 리프트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이 흔들림이다. 오래된 리프트의 경우 그 흔들림이 심한데 그런 리프트를 타게되면 장애인들은 많이 불안해한다. 리프트에 그대로 몸을 맡긴 장애인에게 리프트는 타는 순간 신체의 일부가 된다. 그 일부의 흔들림을 자신이 제어할 수 없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평역 역무원에 의하면 신평역에서 매일같이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3명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역무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하다. 자신의 리프트 이동을 몇분간 지켜보는 역무원이 장애인들에겐 매일의 곤혹이 될 수 있다. 장애인들은 스스로 조작하고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로 이 일방적 관계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전동휠체어는 상당히 예민하다고 한다. 이날 장애인이동권취재행사에 참여했던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은 전동휠체어가 너무 예민해서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동휠체어를 움직일 수 없는 정선옥선생님에겐 이 예민한 기구에 익숙해지는 것 외엔 달리 선택의 길이 없다. 이 무겁고 예민한 기구를 타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는 것이 보통 힘들 일은 아닐 것이다. 전동휠체어가 이동의 자유도 주었지만 그와 함께 이동의 스트레스도 주었다. 이동의 스트레스는 비장애인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승차대는 지하철 맨 끝의 출입문에 많다. 그런데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차량의 앞쪽에 있다. 이럴 때 장애인은 휠체어를 몰고 휠체어용 자리까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가끔 이 공간에 다른 휠체어장애인이 타고 있을 땐 정선옥선생님은 좀 난감하다고 한다. 보시다시피 이 공간으 휠체어 두 대만 채우면 사람이 지나가기 힘들 정도다.




나올 때도 조심해야 한다. 정선옥선생님은 실제 차량과 승차대의 폭이 넓은 공간에 전동휠체어의 바퀴가 빠진 경험이 있다. 주위 시민들 도움으로 간신히 휠체어를 들어서 빼낼 수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시간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80kg의 이 전동휠체어를 사람들이 들어내지 못했다면?




11시 30분 이동을 시작한 우리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팀은 12시 30분 경 양정역에 도착했다. 지상으로 나가기 위해 다시 리프트를 타야한다. 양정역의 계단은 좁았다. 리프트와 리프트 이동을 보조하는 역무원이 지나가자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이동로만 남았다. 




12시40분 이동 1시간 10분 만에 정선옥선생님이 양정역 지상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정선옥선생님은 리프트를 5번 탔다. 비장애인이 이동하면 대략 40분이 안걸리는데 정선옥선생님은 비장애인보다 30분이 더 걸렸다. 그러나 여기가 목적지는 아니다. 다시 전날 예약한 두리발을 타고 결혼식이 열리는 초읍으로 가야한다.




장애인참배움터 정선옥교장선생님은 몇년 전 결혼을 했다. 남편도 정선옥선생님과 같은 중증장애인이다. 둘 다 직장을 다니고 있고 비슷한 시간대에 출근을 한다. 그러나 부부는 같이 출근하지 못한다.

먼저 두리발택시에 휠체어 두 대의 공간이 없다. 휠체어 한 대를 올리고 보조인이 앞에 탈 수 있다. 두리발을 두 대 불렀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자택인 다대포에서 신평역까지는 따로 가지만 15분 쯤 뒤 신평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신평역의 리프트가 문제다. 리프트에 휠체어 두 대가 올라갈 수 없다. 부부의 휠체어를 리프트에 올려 승강장까지 이동하는덴 10분 정도가 걸린다. 역무원이 휠체어 두 대를 다 이동시키려면 20분은 걸리는 것이다. 부부가 모두 승강장에 도착하면 아마 집에서 출발한지 40분 쯤 지났을 것이다.

지하철에 올랐다고 쉽게 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에서도 봤듯이 지하철의 휠체어 자리가 맨끝이 아닌 앞 쪽에 위치해 두 대의 휠체어가 함께 하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현재의 환경에서 정선옥선생님부부가 함께 출근하면 같이 하는 시간은 별로 없으면서 주위의 시선은 많이 의식해야한다. 이러니 정선옥선생님 부부가 같이 출근할 엄두를 못내는 게 당연하다. 정선옥선생님 같은 장애인 부부가 같이 출퇴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 내 장애인의 휠체어공간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어야 한다. 시민들도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좀 더 알고 이해해야 한다. 

장애인이동권의 기준은 정선옥선생님 같은 장애인부부가 비장애인부부들처럼 손 잡고 봄날 햇살을 쐬러나오는 장면이다. 그때 이땅에도 장애인이동권이 어느 정도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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