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 오전 9시부터 부산지하철노조의 전조합원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파업 전에 부산지하철노조가 약속했던 일정들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27일 블로그를 배우는 청소년들이 부산지하철을 취재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 약속이었습니다. 파업 중이라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취재를 도와줄 조합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현장취재를 하기로 한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습니다. 파업중이었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파업 중인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아이들에게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블로그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이 얘기를 전하자 그것도 좋은 취재가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10시 30분 부산지하철노조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지하철노조사무실에 30분 정도 떨어진 부산시청광장에서 11시부터 부산지하철노조원들의 파업집회가 있습니다. 30분 동안 아이들과 인사하고 부산지하철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 후 부산시청광장으로 향했습니다.




11시30분 경 부산시청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집회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합니다. 2천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 장면에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조합원들 사이를 비집고 아이들을 광장 뒤편으로 안내해 앉혔습니다. 햇볕에 머리는 뜨거웠고 바닥은 달궈질대로 달궈져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군말없이 자리에 앉아 파업집회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를 오기 전 수첩에 적어둔 질문내용을 들고 조합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습니다.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에 설명해주는 조합원도 열성적입니다. 여러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파업이 뭐예요?"라는 질문에서부터 '필수유지업무'까지 지하철파업과 관련한 궁금점들이 다 쏟아졌습니다.




어려운 용어라 받아적기 힘들었을까요? 조합원이 수첩에 직접 적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약 20여분의 취재를 마치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부산지하철노조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집회현장에서 한번 보라고 준 피켓을 한 아이가 유심히 처다봅니다.




취재를 마친 아이들이 오늘의 취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자신이 수첩에 적은 내용과 느낀 점 등을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얘기했습니다. 




평가의 시간 중에 들여다 본 한 아이의 질문내용입니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얻었을까요? 지하철에 화장실을 설치해달라는 내용이 재밌습니다.




이 아이는 아주 자세한 질문지를 준비했습니다. 대답도 꼼꼼히 적었습니다.

우리는 말 잘 듣는 법, 열심히 일하는 법은 배우지만 자신의 주장을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펼치는 법에 대해선 잘 배우지 못합니다. 근면·성실은 칭찬받지만 저항은 대개 지탄받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파업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 시각이 만연해있습니다. 저항이 부정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부당한 지시와 명령을 거부하는 능력을 잃게되고 이 사회는 힘 있는 자들이 맘대로 하는 세상이 될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크면 대부분 노동자가 됩니다. 노동자가 되면 그 아이들은 파업도 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파업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파업이 뭐냐는 질문은 파업노동자가 답하기 전에 학교선생님이 가르쳐야 합니다. 대부분 노동자가 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노동자의 권리와 윤리를 가르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아이들이 올바르게 파업하고 효과적으로 주장을 펼치도록 하기위해서도 파업은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오늘 파업집회를 본 아이들이 저항이나 파업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못할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파업이나 저항은 그렇게 어렵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건 느꼈을 겁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서로의 주장이 맞설 때 주장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저항하고 파업할 수 있다는 것은 배웠습니다. 시민이나 노동자는 저항하고 파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배운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을 겁니다. 이날 파업을 본 아이들이 블로그에 어떤 글을 올릴지 궁금해집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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