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부산지하철노조가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로인해 출퇴근시간 이외에는 열차 대기시간이 두배 정도 길어졌습니다. 날씨도 안 도와줍니다. 벌써 한여름 더위 못지않게 지하철 안 공기가 후끈거립니다. 더운 날씨에 오래 기다리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겠죠. 승객들의 이런 짜증은 즉각 노조에게로 향합니다. 조합원들에게 일안 한다고 화를 내시는 손님도 있고 노조에 항의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단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으시는 시민분들께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부산지하철운행의 다른 축을 책임지는 노조로서 지하철이 정상운행되지 않아 불편을 겪으시는 시민들을 보는 마음이 저희들도 편치않습니다. 

그런데 좀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지하철을 늦춘 건 노동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영진도 지하철을 늦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늦춘 지하철의 배차시간은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부산지하철공사는 2호선의 운행시격을 조정했습니다. 6.5분이던 간격이 30초 늘어나서 7분으로 늘어났습니다. 30초 정도면 참을만하다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산지하철공사의 시격조정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부산지하철공사는 2호선의 시격을 지난 2004년부터 조정하여 그 결과 5분 30초이던 2호선의 배차 간격이 2009년 4월15일에는 7분으로 늘어났습니다. 최초 배차간격보다 2분이 늘어났고 비율로 보면 27% 배차시간이 늘어난 것입니다.




2호선 시격조정을 이번 파업과 비교하면 좀 재밌어집니다. 지하철은 필수유지업무사업장이기 때문에 파업을 하더라도 열차운행을 중지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필수유지업무요원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필수유지업무 투입비율은 63-64% 정도입니다. 파업기간 배차간격이 약 36% 쯤 증가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웃기지 않습니까? 시격조정으로 배차간격을 27% 정도 증가시킨 지하철공사가 36% 증가시킨 노동자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파업에 맞먹는 운행지연을 일으킨 공사가 어찌 이리도 당당한지 모르겠습니다. 노조보다 배차간격 증가분이 적어서 그런 걸까요? 27보 간 사람이 36보 간 사람 비난하는 격인가요? 노동자의 운행지연은 일시적이지만 지하철공사의 운행지연은 영구적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의 운행지연은 노조보다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더 웃긴 건 이러한 시격조정이 2호선 승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인 뉴스가 되기도 한 부산의 센텀시티신세계점이 지난 3월에 개장하면서 2호선 승객은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공사는 바로 한달 뒤에 2호선의 배차간격을 늦추는 시격조정을 했습니다. 그래놓고 또 하루승객 1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배차간격의 증가에다 승객의 증가를 감안하면 결국 2호선 승객들은 파업이 아니더라도 파업시기와 비슷하게 혼잡한 지하철을 서비스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2호선 승객들은 부산지하철공사에 의해 파업(?)당했다고 볼 수 있겠죠.

노조는 부산지하철공사의 시격조정을 막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시격조정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역사에 수백장 붙였습니다. 아마 2호선을 이용하는 부산시민이라면 아래 포스터들이 눈에 익을 것입니다. 2명만 더 고용하면 배차간격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사는 노조의 제안을 거부하고 시격조정을 단행했습니다. 노조가 부산지하철공사의 파업을 막지 못한 것입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26일부터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번 파업에서 부산지하철노조가 승리하지 않는다면 부산지하철공사의 파업(?)은 더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2호선 뿐 아니라 1호선과 3호선도 배차간격이 조정되어 더 늦어질지 모릅니다. 그러면 부산시민은 공사에 의해 매일 파업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산지하철공사의 장기적이고 더 위험한 파업을 막아야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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