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밥은 주고 파업을 시키야 될 거 아입니까?" 부산지하철 한 조합원이 노조 간부에게 하는 말입니다. 얼굴은 웃고 있습니다. 정색하고 따지는 게 아니라 파업상황에서 익살을 부리는 겁니다. 식당아주머니까지 동참하는 부산지하철파업열기에 뿌듯해하는 모습입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6월26일부터 7월2일까지 7일간 총파업을 실시했습니다. 이 파업에 식당과 원예, 미화 등에 종사하는 40명의 비정규직조합원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대단하지 않습니까? 비정규직조합원들은 부산지하철 정규직이 아닙니다. 온 나라가 비정규직해고대란으로 시끄러운 이때 어떻게 이분들은 파업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요? 재계약 때 파업참여를 문제삼아 계약해지 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이분들은 계약해지가 두렵지 않은 분입니다. 비정규직이지만 무기계약직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9월26일 부산지하철노조는 오랜 요구와 투쟁 끝에 부산지하철 내의 일용계약직 48명의 무기계약직전환을 쟁취했습니다. 그렇게해서 2007년1월1일부터 이분들은 매년계약하지 않고 60세까지 고용을 보장받았습니다. 





비정규직조합원들은 올해 파업이 고용을 보장받은 후 첫 파업입니다. 이번 파업에 비정규직은 조합원40명 전원이 참석하여 100%를 기록했습니다. 이 나라의 비정규직들이 공포에 떠는 이 시기에 이분들은 파업을 하면서도 전혀 불안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먹을 것도 나눠먹으면서 노동자로서의 파업의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은 파업참여가 처음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분들에겐 이번 파업출정식이 그야말로 생애 첫 출정식이 되는 겁니다. 

7월3일 이번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비정규직조합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회사에 알려지는 건 상관없는데 가족들이 아는 게 걱정된다며 누군지는 밝히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분께 이번 파업과 비정규직해고대란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땅아래(이하 땅) : 비정규직조합원과 부산지하철노조의 관계가 좋아보입니다. 언제부터 관계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까? 

비정규직(이하 비) : 5년 전까지만 해도 계약직사원들이 노조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04년 윤택근위원장 때 노조에서 찾아와서 불만사항이 없나며 물어봤는데 그때부터 우리도 노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죠. 이후부터 업무조건도 개선되고 임금인상비율도 높아졌습니다. 회사에서 우리가 말할 땐 잘 안들어주더니 노조를 통하면 금방 해주더라구요. 수도가 멀어 호스가 필요했는데 우리가 말할 땐 별 반응이 없더니 노조를 통해서 하니까 금방 나오더라구요.



부산지하철노조는 비정규직조합원들과 스킨쉽을 쌓아왔습니다. 올해도 노동조합본조의 야유회를 이들 비정규직조합원과 함께 했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더 커다란 연대를 향해.


: 무기계약직이면 고용만 보장되었을 뿐 대우는 일반직원과의 차별은 여전한 비정규직인데...

 : 그래도 무기계약직이 되면서 올해부터 개인성과급을 지급받았어요. 노조에서는 올해 투쟁 목표로 월급제를 얘기했어요. 정규직도 곧 되어야겠죠.

: 예전에는 매년 12월에 계약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계약할 때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 계약할 때 그런 소리를 해요. "구조조정해서 잘못되면 내년에 끝날 수도 있다." "노조에 참석하면 짜르면 그뿐이다." "누가 2층에 오르내리는 거 봤다고 하더라." 8년 전인가는 한 사람이 잘못했는데 모두 시말서를 쓰고 그랬다고해요.

군대처럼 한 사람의 잘못에 연대책임을 지운 것입니다. 만약 노조가 없었다며 저런 식의 행태가 지금도 지속되었을지 모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2층'은 노동조합 사무실을 말합니다.

: 무기계약되고나서 어떤 기분이 드셨습니까?

 : 이제 우리도 회사에 불만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입바른 소리를 좀 해요. 회사에서 회식할 때 윗사람에게 우리를 위해 나서줘야할 사람들이 당신들 아니냐고 따지고 그랬죠. 거기서 "계란으로 바위치긴데..." 그래요.

: 2년차 비정규직이 올해 해고대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아요. 2007년에 무기계약직 안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파업집회 오기 전 오전에 MBC에서 비정규직스페셜을 해주는 거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2007년 이전이었다면 우리도 같은 처지잖아요. 파업집회에 참석해서 우리끼리 그런 얘기 했어요. 그게 우리였을지도 모른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최근 공기업에서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는 모습입니다. 만약 부산지하철 비정규직이 2007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면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는 지금 어떤 일을 당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아주머니들로선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한국노총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

: 집에선 파업에 대해 걱정안하나요?

 : 애들이 둘 다 대학생이예요. 애들이 밖에서 수시로 제게 전화해서 "어머니 파업 어떻게 돼가요?" 하고 물어봐요. 제 월급과 애들 알바비로 우리 가족이 살고 있어요. 약간만 적어도 빚을 내야해요. 우리같은 계약직은 월급이 안나오니까 그게 제일 걱정이예요. 

고용보장이 되었다고 비정규직조합원들이 맘놓고 파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해주신 분도 하루 깍이는 일당을 온 가족이 걱정해야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형편입니다. 노사협상이 잘 진행되길 바라면서 테레비뉴스에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조합원들은 40명 전원이 파업에 동참한 것입니다.



노조위원장의 복귀명령에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는 비정규직조합원들. 부산지하철노조는 1차 총파업을 마치고 사측과의 협상에 다시 나섰다. 사측이 협상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7월16일 2차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 주변에서 파업에 불평을 하는 분들도 보셨을텐데...

 : 남편이 공무원인 친구를 만났는데 지하철 파업 때문에 자기 남편이 지하철에 일하러 가는데 죽을라 한다면서 "느그 파업 좀 그만해라" 그래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느그가 잘못됐다. 공무원이 와 거서 일하노? " 이번에 우리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 반송선무인화 등에 대해 설명해줘요.

: 혹시 지하철 청소용역 하시는 분들과는 얘기를 해보신 적 있습니까? 올해 노조에서 청소용역노조와 함께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하려고 하는데 그분들은 어떤 말을 하십니까? 

 : 잘 아는 분은 없는데 들리는 얘기로는 부산지하철노조하고 합치면 부산지하철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않나 하는 기대감들을 가지고있어요.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청소용역말고 차량용역은 같이 대기실에서 만나고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노조가 있어서 좋겠다며 우리를 많이 부러워해요. 노조에서 차량용역 사람들 만나보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불안하다며 안나왔을 거예요.

부산지하철엔 청소용역과 차량용역 두 용역회사가 있습니다. 현재 부산지하철노조는 청소용역노조와 통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8년 10월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대의원의 만장일치로 조직개편에 필요한 규약은 변경했고,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부산공공서비스지부 역시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조직개편을 결정했습니다. 올해 안에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용역노동자인 차량용역 노동자들과는 아직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상황입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2009년을 연대의 해로 선포하고 사회∙노동단체와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연대는 올해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그전부터 스킵쉽과 사업추진을 통해 연대를 쌓아왔습니다. 올해는 그 쌓인 것들의 결실을 맺을 단계입니다. 부산지하철노조가 더 커다란 연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2009년 부산지하철노조 대의원의 결의입니다.

하나. 우리는 오늘 의결한 2009년 사업계획을 힘차게 실천하여‘함께 투쟁하고 발전하는’노동조합으로 만들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반송선 직제개악 등 부산지하철 구조조정 저지와 사회공공성 확보를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중적 정책을 심판하기 위해 사회∙노동단체와 연대하여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지역연대투쟁에 앞장서고, 지역사회와 연대할 것을 결의한다.

2009년 2월 19일
22기 정기대의원대회 참석자 일동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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